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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Nov 25. 2018

우리가 지금 멀리 있을지라도

읊조리다


우리가 지금 멀리 있을지라도



우리가 지금 멀리 있을지라도  

이 바람 한 오라기 네게 가닿지 않겠냐
아슴푸레한 별처럼 우리의 옛일 들리지 않겠냐

사랑은 곁에 있을 땐 달의 뒷편에 자더니
너 먼먼 소식으로 가마득하니
이제서야 흰 창에 자옥하다


너를 그리는 밤은 소란하다

캄캄하고 청량한 숨소리

함께 거닌 해변 위의 발자욱 소리

서로의 고독에 입맞추던 소리

별이 반짝 빛나던 소리

시간이 아무 곳으로나 흐르는 소리

나는 소란한 소리들을 담아 겨울 귀뚜라미에게 가져가며

누구나 상처는 깊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헤아리려는 것은

별의 값을 묻는 것처럼 슬프고 우스운 일이지만

아무튼 내 사랑은 대류에 닿지도 못하여

빈 골목에서 고작 네 밤길만을 비추었다
이 사랑 너무 낮고 불안해

우리는 지구의 공전에 흔들렸을까
별들의 사이처럼 서서히 멀어졌을까

그러나,

우리가 지금 멀리 있을지라도
이 별빛 한 줄기 네게 가닿지 않겠냐
썼다가 지운 그리움이라도 네 악몽 한 번 깨우지 않겠냐


2002. 9. 17.

-> 2018. 11. 25.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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