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기척

시사 읽기

by 장명진



새로운 시대의 기척을 느낀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벌써 20년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우리가 20세기를 살고 있다고 감각했다. 20세기의 끄트머리에 피어난 웹은 20세기적 영토의 확장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20세기의 사상들 속에서 사유하고, 20세기의 음악, 20세기의 이미지, 20세기의 언어로 살아가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대이주에 전념하느라, 정작 새로운 시대를 열어낼 그 어떤 지성을 만들어내는 것에는 실패하지 않았나 싶다.


김광석의 노래를 최애하는 10대의 출현은 여전히 고흐와 피카소를 얘기하는 20대 지성인들만큼이나 사실은 지루하다. 새로움이란 말은 이제 그 언어의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심사위원석에 앉은 40대, 50대의 남자들이 자기세대의 공기를 재현하는 다음 다음 세대의 음악에 헌사를 보내는 장면들에 뭉클함을 느끼며 나 자신이 이미 낡은 시대에 갇혀 있음을 잊는다. 조금 다른 것들에 ‘새로운 것’이라는 의미를 허락하는 기성의 권력에 도취되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일 것이다. 벌써 수년 전 악동뮤지션이 그런 기성의 것들을 향해 ‘다리 꼬지 마’라고 노래했던 순간이 내가 기억하는 가장 천연의 새로움이자 저항이다.


낡디 낡은 노회한 정치인들이 그저 찰나의 권력을 탐하며, 쏟아내는 말의 홍수에 20세기적 군중들의 거대한 유람선들만 지겨운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진정한 변화는 견딜 수 없는 지긋지긋함에서 시작된다. 강렬한 ‘저항의 시대’가 다가온다. 다가와야 한다. 조직되지 않은 채, 미래를 계획하지 않은 채, 오직 지금의 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충동의 에너지들에게 우리는 시원한 어퍼컷을 맞아야만 한다. 기성세대는 마땅히 녹다운 되어야 한다. 모든 심사위원석은 파괴되어야 하고, 익숙한 것들의 이름만 바꾸는 세상은 끝나야 한다. 반복되는 20세기의 문화를, 조선왕조부터의 뿌리 깊은 신민정서를,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패권적 결탁을 무너뜨려야 한다.


왕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아니라, 왕을 살해하겠다는 이들을 나는 언제나 응원할 것이다.


2021. 8. 6.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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