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의 이야기
“너는 싫지만 너의 글은 힘이 있어.”
20년 전에 들었던 그 말은 묘한 힘을 갖고 늘 나를 절망의 바닥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래서’ 라고 하면 이상하겠지만… 그래서 나는 끈질기게 내가 누군가에게 준 상처들을 기억하려고 애쓰며 살았다. 오만해지기 쉬운 내 성정을 내 가해의 기억들로 꾹꾹 누르며 살아왔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기를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그럼에도 타고난 가시들을 모두 다 뽑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세계로 뻗어나갈 힘이 있다는 자신감과 아직 나의 집에 얌전히 머물러야 한다는 경계심 사이에서 긴 세월 누구도 아닌 나 자신과 투쟁해온 것 같다.
긴 세월 나 스스로를 타박하고 원망면서도, 마지막 순간에 자부심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저 첫 문장의 힘이 아니었나 싶다. 저 한 마디를 내게 해준 분께 감사와 사죄의 마음을 올해도 변함 없이 전한다.
지난 20년 동안 나 자신은 싫어하고, 내 글은 좋아하며 그렇게 살았다. 앞으로 20년은 내 글은 좀 덜 좋아하더라도, 나 자신을 좋아하며 살게 되기를 바란다. 글이 내 삶을 앞질러 가지 않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글이 나를 따를 수 있기를 염원한다.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