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의 이야기
강제 이주 후, 5개월이 지났다. 다시 글을 쓰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었다. 집필 환경 조성을 위한 최소의 셀프인테리어 공사가 얼마 전 끝났고, 인근 지인들을 초청해 새집 소개식을 치렀다. 이제는 새집에서는 어쩐지 글 쓸 맛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는 불가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더 이상 지인들에게도 그런 변명은 통용되지 않을 것이다.
충분한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생활 리듬을 바꾸는 노력도 기울였다. 평소 12시에 자고, 6시 즈음 일어나 글을 쓰고, 10시에 출근하는 게 루틴이었으나… 직장 변동으로 오랜 루틴을 실천하기 어려워졌었다. 해서 10시에 자고 4시에 일어나기 위해 30분씩 시간을 당기며 수면 리듬부터 바꿨고, 처음엔 5시 반, 다음엔 5시, 그다음은 4시 반 하는 식으로 기상 시간을 바꿔 이제 4시에 일어나 보통의 생활을 할 수 있기에 이르렀다.
리듬을 바꿨다고 당장 4시부터 글을 쓸 수 있는 건 또 아니어서, 처음 한 주는 좋아하는 콘솔 게임을 했고, 그다음은 유튜브 인테리어 채널 영상 등을 시청했다. 그러다 보니 또 그런 리듬이 고착화되기 시작해 파블로프의 댕댕이처럼 눈을 뜨면 게임이 하고 싶어지거나, 티브이 앞에 앉아버리곤 했다. 더는 그런 나를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지금 이렇게 억지로 글을 쓴다. 가까스로 앉은 것이었는데 또 앉아보니 그럭저럭 뭔가 쓰고 있다. 다행이다.
12월의 마지막 재활 훈련을 끝으로, 2026년 1월부터는 쓰고 있던 장편소설을 이어 쓸 수 있기를 고대한다. 올해 출간하기로 한 ‘그 책’을 기다리고 계셨던 분들이 혹시(?) 계시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집을 덜컥 사버리는 바람에 전재산을 탕진하여, 출간자금부터 다시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조만간… 이라는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하고, 책이 인쇄되어 나오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야든지 오늘은 썼다. 이상은 님의 11집 앨범 신비체험을 듣고 있는데, 22년 전인 2003년에 발매된 음반이다. 내 영혼은 여전히 그 긴 세월의 모든 구간에 그대로 존재하는 것만 같다. 마치 점과 점으로 이어진 것처럼. 별과 별이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기억의 순간들은 자기만의 중력으로 어떤 시절들의 공기를 꽉 붙들고 있다. 22년 전의 한 시절에 내가 ‘소울메이트’로 여겼던 두 사람은 지금 내 곁에 없다. 인연을 지키는 것은 시간이 아닌 사람의 몫임을… 나는 잃고 나서야 알았다.
2025. 12. 9. 멀고느린구름.
*유튜브에 내 오랜 닉네임을 가져다 쓰는 사람이 생겨서… 글에 가끔 붙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