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 7년 차까지의 저는, ‘하고 있었으니까, 인사 업무 중에 중요한 업무이니까’ 생각하고 대답은 ‘직원들의 수준(성과, 역량 등)을 합리적으로 평가해서 보상에 반영하려 합니다.’ 고 했을 것입니다.
위의 7년 차까지의 대답은 틀렸다 말할 수 없습니다. 위의 대답에는 숨겨진 말이 있어서 조금 풀어서 써 보겠습니다.
대다수의 회사가 인사 평가를 도입, 운영의 목적은 ‘직원의 수준(성과, 역량 등)을 나누는 것’입니다.
나누는 이유는 보상(연봉, 인센티브, 성과급, 승진 등)에 차등을 주려고 하는 것이죠.
차등을 주는 이유는 '성과에 맞는 보상으로 목표 달성(또는 고성과)을 하고 싶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입니다.
위의 내용을 요약하면 '인사 평가는 직원의 수준(성과, 역량 등)을 나눠서 목표 달성과 고성과를 유도한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궁금했습니다. ‘나는 인사평가를 통해서 동기부여가 됐었나?’ 대답은 ‘아니다’였습니다. 그럼 ‘인사 평가 결과는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줬었지?’ 생각해 보니, 안도감, 불만, 불신, 자괴감이라는 감정이 떠올랐습니다. 피평가자의 입장에서 인사 평가로 동기 부여까지 연결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인사담당자도 이런데 다른 직원들은 어떨지 생각하니 평가를 어떻게 하는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던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앞으로 부끄럽지 않은 인사담당자가 되기 위해 두 가지를 고민했습니다.
첫 번째, 내가 인사 평가로 동기부여 안 된 이유는 뭐지?
두 번째, 평가 결과를 접한 이후의 반응 살펴보기
평가로 동기 부여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상적입니다. 왜 그런지 이론이 아닌 현실을 보겠습니다.
- 평가자는 자신이 평가하는 직원 전체를 기준으로 자신의 기준으로 최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평가합니다.
- 회사는 직원 전체를 기준으로 회사의 기준으로 최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평가합니다.
- 직원(=피평가자)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좋게 결과가 나오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세 가지의 핵심은 공정성과 합리성은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모든 직원의 기준을 맞출 수 없는 한 인사 평가에서 공정성과 합리성은 이루어질 수 없는 단어입니다.
직원은 저마다 다양한 배경지식과 경험, 태도, 성격, 역량, 일을 보는 관점과 접근 방법, 일을 하는 과정, 태도, 습관 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목표와 성과 달성에 적합하게 최적으로 조합해서 발휘하는 것은 직원의 몫이지만 이끌어내는 것은 평가자(=리더)의 몫입니다. 하지만 평가자가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 등도 직원과 다르기 때문에 직원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최적으로 이끄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힘든 과정입니다.
평가자는 자신의 배경지식 등과 평가대상기간 동안의 피평가자의 성과 등을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피평가자의 성과 등이라는 표현은 평가 결과가 성과만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의미하며 평가자는 피평가자의 성과뿐만 아니라 성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전반을 평가한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평가자는 이 과정 전반이 자신의 배경지식 등과 어느 정도 일치하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평가자의 스타일대로 피평가자가 성과를 내기를 바라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또한 평가자는 이 과정 전반을 자신이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활용해서 피평가자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합니다. (그것이 나무라는 것이든 칭찬하는 것이든 방법은 평가자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 인사 평가를 하기 전인 이 과정에서 평가자는 피평가자가 보여주는 태도, 행동 등으로 평가 결과를 결정합니다. 아직 성과가 달성 여부가 결정되기 전인데도 말이죠.
어렵습니다. 인사 평가는 인사담당자를 포함한 모두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제도입니다. 인사담당자도 평가 업무는 1년에 몇 달 안 하는 업무이기에 어렵고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인사담당자는 평가 업무를 이해하기 위해 책을 보고 외부 강의를 듣기도 하고 온라인 상의 여러 자료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래도 인사 업무 중 다른 업무와는 다르게 평가 업무는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인사담당자를 제외한 임직원은 어떨까요? 인사 평가는 바쁜 현업 업무 중에 1년에 며칠 안 하는, 어쩌면 1년에 1시간도 채 안 쓰는 일입니다. 인사 평가는 항상 볼 때마다 새롭기도 하고 이해도 안 되고 또 귀찮지만 민감한 일에 불과합니다. (인사담당자인 저도 피평가자로 평가를 받을 때는 귀찮고 민감하기만 했습니다.)
인사 평가가 이해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현장에서 자주 안 쓰는 용어와 양식을 사용하는 것에 있습니다. 목표, KPI, CSF, 평가등급, 가중치 등의 기본적인 용어 외에 다양한 용어와 양식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넘어서 이해하기 싫게 만듭니다. 인사 평가를 이해하지 않아도 일을 하는데 아무 지장도 없었기 때문에 임직원 입장에서는 이해할 필요 없이 주위 동료가 작성한 내용 또는 인사팀에서 제공하는 샘플, 작년에 작성했던 내용을 참고해서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우면 임직원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일단 의심하고 봅니다. 자신에게만 불합리하게 적용되는 부분이 없는지 의심합니다. 의심은 불신으로 만들어집니다.
직원 반응을 쉽게 ‘좋다, 그렇구나, 어이없다’ 3가지로 나눠 보겠습니다.
‘좋다’는 반응의 직원은 평가 결과가 생각만큼 높거나 생각보다 좋은 경우입니다. 아니면 상당히 긍정적인 성향의 직원, 이해심이 높은 직원에 해당합니다. 이런 직원은 높은 로열티를 가지고 회사에 계속해서 재직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전체 직원에서 좋다는 반응의 직원은 극소수(5% 이내)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인사 평가로 본인의 성과에 대한 인정과 성과에 적합한 보상을 어느 정도 받기에 평가를 통한 동기 부여가 되는 직원에 해당합니다.
‘그렇구나’는 반응의 직원은 평가 결과가 생각대로 나온 경우입니다. 아니면 쿨한 성격의 직원, 이미 회사 생리를 잘 아는 직원에 해당합니다. 이런 직원은 회사에 로열티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전체 직원에서 과반수(70% 내외) 이상이 이런 직원에 속합니다. 인사담당자는 이 반응의 직원이 과반수 이상이라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됩니다. 생각했던 인사 평가의 목적인 동기부여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니까요. 이들은 인사 평가로 본인의 성과에 대한 인정과 성과에 적합한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그렇다고 크게 상심하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일을 수행합니다.
‘어이없다’는 반응의 직원은 평가 결과가 생각보다 낮은 경우입니다. 아니면 상당히 자신감이 높은 직원, 자기 방어가 강한 직원에 해당합니다. 이런 직원은 로열티와는 상관없이 인정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정받는 한 계속해서 재직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전체 직원에서 소수(10~20%가량)가 이런 직원에 속합니다. 이 반응의 직원을 인사담당자는 예의 주시할 직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오히려 감사해야 할 직원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좋다, 그렇구나 반응의 직원들과는 다르게 인사 평가의 개선할 점을 이야기하는 것에 거침이 없습니다. 인사 평가를 담당한다면 ‘어이없다’ 반응의 직원들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개선할 준비와 실행할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인사 평가의 도입, 운영 이유는 ‘동기 부여’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인사 평가로 동기 부여되지 않는 직원이 90%가 넘습니다. 동기 부여 안 되는 이유는 자신만의 기준, 평가자 본인도 설명하기 힘든 자신의 평가 기준, 어려운 인사평가 제도에 있습니다. 이 내용들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앞으로 평가 챕터에서 다룹니다.
읽어볼거리
인사 평가를 어떻게 도입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거나 개선하고 싶을 때 참고하면 좋습니다.
도입 1년 차
대표 또는 부서장이 직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계입니다.
1년 차의 목표는 목표, 실행계획, 성과, 평가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목표, 실행계획은 당연히 부서장과 직원이 합의하여 정합니다. 성과는 직원이 일을 함으로써 얻은 성과를 작성하며, 평가자는 직원이 작성한 성과와 평가자 본인이 생각하는 직원의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를 합니다.
도입 2년 차
직원들의 목표 총합이 회사 목표와 일치하며 같은 방향으로 향하도록 만드는 단계입니다. 회사 목표의 누락을 방지하고, 회사 목표와 무관한 업무 수행에 따른 불필요한 경영자원의 낭비를 예방합니다.
도입 2년 차 = 도입 1년 차 제도 + 도입 2년 차 콘셉트
도입 3년 차
평가제도 평가에서 머물지 않고 직원의 성장까지 견인하도록 만드는 단계입니다.
평가자가 피평가자의 성과가 향상될 수 있도록 건설적이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회사는 평가 피드백에 대한 교육과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피평가자 또한 평가자의 리더십이 향상될 수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피평가자의 피드백은 회사 상황에 따라 무기명 형태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입 3년 차 = 도입 2년 차 제도 + 도입 3년 차 콘셉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