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을 위한 인사(HR)
저는 조직문화에 대해 깊이 있게 업무를 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다만, '조직문화는 이래야 한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아래 글은 조직문화를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 쓴 글임을 감안하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참고로 '대표님'의 관점으로 작성합니다.
1편 : 조직문화 기획의 시작
2편 : 조직문화와 리더십
3편 : 조직문화는 일하는 습관 (현재글)
4편 : 조직문화와 평가/보상
5편 : 조직문화와 인재 확보
조직문화라는 단어는 종종 막연하게 들립니다. '문화'라는 말 자체가 포괄적이고 감성인 면이 있어서, 평가/보상 같은 제도 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바라보면, 조직문화는 실제 회사 생활과 밀접합니다. 바로 ‘우리가 일하는 방식’, 즉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하고 소통하는가’에 대한 선택과 패턴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업무 요청 시 항상 '급해요'로 시작하는 상사가 있다면, 그 팀에서 ‘계획적으로 일하기’는 팀의 문화가 될 수 없습니다. 반대로, 프로젝트 시작 전 구성원 간 역할과 기대치를 명확히 정리하고, 정기적인 리뷰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면, ‘예측 가능하고 명확한 소통’이 조직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문화는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작은 일 습관’에서 형성됩니다.
조직문화 개선을 고민할 때, 거창한 워크숍이나 비전 선언부터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실질적인 시작입니다.
회의는 정시에 시작되고 끝나는가?
회의에서 주로 말하는 사람과 듣기만 하는 사람의 비율은 어떤가?
회의나 협업 도중 ‘침묵’이 불편한 분위기로 느껴지는가?
실수했을 때, 그것이 학습 기회로 받아들여지는가?
문제 상황에서 '누가 했나'보다 '왜 그랬나'를 먼저 확인하는가?
일정 지연이나 문제 발생 시, 솔직하게 공유하고 조정하는가?
정보는 투명하게 공유되고 있는가, 아니면 특정 사람들에게만 공유되는가?
성과 리뷰 시, ‘무엇을 잘했는가’보다 ‘무엇을 더 할 수 있었는가’ 중심인가?
이메일이나 메신저에 어떤 말투가 주로 쓰이는가?
업무 요청 시 ‘왜 이 일을 하는지’가 충분히 설명되는가?
신입 구성원이 질문하거나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분위기인가?
실무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있는가?
이런 질문은 실제로 조직 내 소통, 책임, 학습, 협업의 수준을 가늠하는 ‘조직문화 진단도구’가 됩니다. 즉, 조직문화는 현장의 ‘일련의 업무 흐름’을 점검하면서 강화할 점, 개선점이 발견될 수 있습니다.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다면 제도보다 일상에 집중해야 합니다. 문화는 ‘한 번 정하고 끝나는 정책’이 아니라, 반복되는 상황에서 구성원과 조직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실수를 공유하고 배울 점을 찾고 공유하기
작은 성공, 성과도 칭찬하기
누군가의 의문에 '전부터 그랬어'가 아닌, '그렇네, 고민하고 바꿔보자'는 반응하기
보고 시 이것을 하려는 목적을 먼저 말하기
보고 받을 때, 추궁이 아닌 목적을 물어보기
회의 전에 안건과 목적을 미리 공유하고, 끝나면 회의록을 즉시 공유하기
성과는 칭찬을, 협업은 슈퍼 칭찬하기
다른 팀에서 업무 요청을 받을 때, 긍정적(방어적 X)으로 받아들이기
채팅 메시지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같은 긍정적인 인사말을 포함하기
매주 10분, 서로를 칭찬하거나 고마움을 표현하는 ‘피드백 타임’ 운영하기
조직문화는 인사제도보다도 훨씬 내밀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일의 방식과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리더는 이런 ‘작은 룰’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꼭 매뉴얼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 본인이 선택하는 방식, 언행이 이미 조직의 룰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의 글에서 이야기했듯 그래서 리더가 중요합니다.
조직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구성원이 어떻게 느끼는가’입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구성원이 현장에서 좋아진 것을 못 느끼거나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문화’가 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는데 눈치 때문에 아무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면, 제도는 있지만 문화는 없는 것입니다. 결국 조직문화는 시스템이 아니라 경험으로 완성됩니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이렇게 할까?', '구성원들이 회사 생활(또는 업무)에 도움이 될까?', '구성원들이 무엇을 아쉬워할까?'를 늘 생각해야 합니다.
앞의 글과 위 내용까지만 보면 조직문화는 전부 리더의 책임인 것 같습니다. 실무자는 따라만 가면 되는 것 같죠. 실무자도 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잘함으로써 조직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일과 주변의 작은 방식을 바꾸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예를 들어,
회의록을 공유할 때, 요점과 결정사항을 명확히 정리하기
피드백을 줄 때, 평가보다는 발전적인 제안을 중심으로 하기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업무라도, 동료의 관점을 한 번 물어보기
회의 중 침묵한 동료에게 “혹시 생각 있으세요?”라고 먼저 말 걸기
메신저나 이메일에서 이모티콘이나 ‘감사합니다’ 한 마디를 습관처럼 남기기
작은 성공이나 동료의 수고를 팀 채팅방에 공개적으로 칭찬하기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왔을 때, 자발적으로 도와주고 먼저 말을 걸기
자신의 실수나 배운 점을 먼저 공유하기
이러한 작은 행동이 쌓이면 그것이 ‘우리 팀의 방식’이 되고, 그것이 조직문화의 씨앗이 됩니다. 조직문화는 막연하거나 추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 소통하는 자세, 그리고 서로를 대하는 태도 그 자체입니다. 실무자는 일의 방식에서, 리더는 행동의 기준에서 출발해 문화라는 나무를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아주 작은 실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