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된다면 들이대고 있는 거다
첫 데이트, 지금 말해도 될까?
톡은 어느 정도 오간다.
밥 먹었냐, 요즘 어때, 웃긴 얘기 몇 개 나눴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이 생각이 머리를 꽉 채운다.
'이쯤이면, 만나자고 해도 되지 않을까?'
'아니면... 괜히 섣부르게 다가가서 망치는 건 아닐까?'
많은 남자들이 여러 번의 톡, 대화만으로 '이 정도면 만나자(데이트)고 해도 될까?'를 말할까 말까 고민한다. '말할까 말까'의 핵심은 감정이 아니라 ‘속도’다. 대부분 이런 고민을 할 때, 남자의 감정은 여자보다 꽤 앞서 있다. 어쩌면 이미 2세까지 머릿속에 있다.
‘데이트하고 싶다’
‘그녀도 나랑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여기서 문제는 상대방(여자)의 감정 속도를 내가 잘 모른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마음속에 나는 아래 네 가지 중에 하나로 구분되어 있을 것이다.
1) 그냥 지인 → 데이트 가능성 없음(90%의 키작남)
2) 좋은 사람 → 데이트 가능성 희미함(8%의 키작남)
3) 한 번쯤 만나봐도 좋을 사람 → 데이트 요청 타이밍이 중요함(2%의 키작남)
4) 만나고 싶은 사람 → 논외(여자가 데이트하자는 신호를 충분히 주고 있을 테니 알아서 만나세요)
남자는 '상상'으로 감정을 앞당기고 여자는 ‘현실’을 기반으로 감정을 정리한다. 남자 입장에서 ‘좋은 느낌의 대화’는 거의 고백 전 단계다. 상대가 웃어주고, 답장도 빠르고, 취향이 맞고.. 80%의 남자는 이 정도만 해줘도 여자를 좋아한다.
남자는 호감 → 상상 → 결론 순서로 신속하게 감정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80%의 여자는 이 남자가 괜찮은지 관찰/탐색 중이다.
여자는 호감 → 관찰 → 안정감 확인 → 감정이 싹튼다.
남자가 '이 여자가 나에게 호감이 있다, 나랑 잘 맞는다' 일 때, 여자는 '일단 킵해두자(=지켜보자)' 일 확률이 상당히 높다.
이 시점에서 성급하게 감정을 앞세우는 말을 하지 말자.
'퇴근하고 XX 먹으러 갈래요? 우리 둘만요.'
'이번 주말에 영화 같이 볼래요?'
'저 OO씨 좋아해도 되나요?'
→ 상대는 '갑자기???'라며 뒤로 한 발 떨어진다.
그럼 좋아진(또는 호감 있는) 상대에게 언제,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참고로 나의 경우는,
상대가 나에게 호감이 있어 보여도 '내가 착각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상대의 언행에서 내가 호감이 있다고 느낄 때마다 그러니까 최소 5번 또는 2~3주는 했다. 그러면 진짜 내가 착각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했는데도 호감이라고 느껴졌다면, 다시 한 달은 관찰했다. 한 달 정도면 상대가 나에게 확실히 호감이 있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그제야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보다 좀 더 잘해줬다. 잘해주면서 상대의 반응을 보며 나에게 호감이 있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여기까지 대략 세 달은 걸리는 것 같다. 이 정도 되어야 퇴근하고 저녁 먹자고 말했다.(데이트로 생각 안 함, 그냥 저녁 먹는 수준)
저녁을 먹으며 마지막으로 호감을 확인하고(호감이 있다는 확신을 받으면) 주말 약속을 잡았다.
참고로 키 작은 남자가 연애하려면(가장 처음 글)에서 말했듯, 난 20살부터 결혼(33세)까지 연애 공백이 6개월을 넘긴 적이 없다.
데이트 제안이 거절당했다고 해서, 상대가 당신을 싫어하는 건 아닐 수 있다.
'이 사람 나쁜 건 아닌데... 아직은 이른 거 같은데..'
'좀 더 얘기 나눠보고 그렀으면 좋겠는데 갑자기..?'
여자가 준비될 때까지, 여자의 호감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감정 지능을 갖자. 기다리면서 우리 스스로도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되었는지 점검하자.
'만나고 싶다'는 감정은 상대방이 '이 사람, 한번 만나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꺼내야 한다. 상대방의 생각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래 다섯 가지 중 네 가지는 부정할 수 없다면 상대방이 나를 만나봐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데이트 신청 타이밍이다.
나와 대화할 때, 함께 있을 때,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
나와 대화할 때, 주제가 일상보다 감정, 가치관 쪽의 비중이 커졌다.
나에게 먼저 질문을 하고 리액션도 적극적이다.
나와 대화할 때, 대화톤에 ‘여유’와 ‘편안함’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에게 톡, 메시지 등을 먼저 보낼 때가 더 많다.
첫 데이트는 연애의 시작이 아니라, 서로 알아보기 위한 '만남의 이유'를 찾는 과정이다. 내가 지금 너무 앞서 있는 건 아닐까? 그걸 한 번만 돌아보면, 분위기를 깨지 않고 감정을 전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좋아한다'는 말은 그녀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부담’으로 느껴진다.
'지금 말해도 될까?'라는 고민이 든다면, 이미 반쯤은 타이밍이 빠른 것이다. 그럴 땐, 한 걸음만 더 기다리자.
좋아하는 마음은 속도를 늦춘다고 식지 않는다. 오히려 천천히 다가갈수록, 그 진심은 오래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