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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 왜 필요한가

대표님을 위한 인사(HR)

이전 글(6. 직급체계와 승진)에 연결되는 글입니다.


세편에 걸쳐서 조금 더 자세히 직급체계를 다루는 시리즈의 1편입니다.

1편 : 직급, 왜 필요한가 (현재글)

2편 : 현실적인 직급설계 가이드

3편 : 직급이 동기를 만든다


"직급체계가 어떻게 되나요?"는 제가 대표님들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이때 직급체계를 호칭 수준으로만 사용되는 경우가 95% 정도입니다. 혹시 직급체계가 단순 명칭만 있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그럽니다.


직급이라는 단어는 ‘관료적’이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제대로 된 직급체계는 오히려 대표님의 부담을 줄이고, 회사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해주는 도구가 됩니다.


'직급은 큰 회사에서나 쓰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은 매우 흔합니다. 특히 창업 초기나 직원 수가 적은 조직에서는 호칭(예: 대리, 과장)을 부여하더라도 ‘실제 역할’이나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직원들 사이에서 [무슨 일을 어디까지 맡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같은 말이 나옵니다. 이 경우는 직급이 이름만 있고, 실질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 해당합니다. 회사가 작을 때는 이렇더라도 회사가 돌아갑니다. 대표가 다 챙기면 되거든요.

하지만 회사가 성장할수록, 모든 일을 대표가 직접 챙기기 어렵기 때문에 회사는 반드시 구조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사에서 구조화의 시작이 바로 ‘직급체계’에 해당합니다.



직급의 본질 : 호칭 X, 조직 운영 기준 O

직급은 단순한 ‘호칭 체계’가 아닙니다. 본질적으로는 조직을 운영하는 역할과 책임, 권한의 기준입니다. 직급이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누가 어떤 결정을 하고, 어디까지 책임지는지를 조직 구성원 전체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직급이 갖는 세 가지 핵심 역할

1) 역할 구분

직급은 업무의 깊이와 넓이를 구분해 줍니다. 단순하게 [사원은 실행, 대리는 실행의 전문화, 과장은 계획과 조율, 차장은 리더십과 전략 등]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2) 책임 설정

직급이 없다 보면 모든 실수나 책임이 대표에게 몰립니다. 반대로, 명확한 직급은 책임 소재를 분산시키고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감 있게 일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3) 평가 및 보상 기준 마련

직급은 평가와 보상의 기준점이 됩니다. 성과가 우수할 경우 직급이 올라가는 것이 보상이고, 직급별로 기대되는 역량과 결과를 기준 삼아 평가하고 급여의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업종별·규모별 직급체계 사례

1) 제조업 30인 중소기업

생산직과 관리직으로 명확히 구분되어 있고, 관리직에는 사원–주임–대리–과장–부장의 5단계 직급을 적용. 생산직은 숙련도에 따라 사원/반장/직장 등 별도로 직책을 혼합하여 운영.

▶ 포인트: 기능직과 사무직 간의 승진 체계를 구분, 유사 직급/직책 간 역할, 책임 범위를 유사하게 설정


2) IT 스타트업 (20인 내외)

전통적 직급 대신 ‘매니저’, ‘선임 매니저’, '수석 매니저', '책임 매니저' 등의 역할 기반 직책 사용.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경력에 따라 레벨을 구분하여 연봉테이블로 운영

▶ 포인트: 유연한 문화를 원하지만, 구조는 필요하므로 역할 기반으로 운영.


3) 디자인 에이전시 (15인 내외)

'사원–주임–대리'까지는 직급, 그 이상은 직책 체계 운영(파트장-팀장-실장 등). 팀 간 교차 협업이 많아 리더십 역할 중심으로 운영

▶ 포인트: 수평문화 속에서도 ‘리더십 역할’은 명확히 정의해 승진(발탁) 체계로 연결.


업종과 조직문화에 따라 직급체계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 직급이 없는 '님'문화의 작은 회사

서울 소재 8인 규모의 온라인 마케팅 A사. 대표는 직원 간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해 직급 없이 ‘이름+님’만으로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와 같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신입사원이 팀장급 직원과 동등한 역할과 급여를 달라고 함

팀장, 대표 부재 시 리더십 공백으로 직원들 근무태도 헤이해 짐

경력, 성과에 따른 성장감 부재로 동기저하


결국 대표는 사원-주임-대리-과장의 간단한 직급체계를 도입하고, 각 직급에 맞는 역할 정의와 권한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이후로 팀 내 협업과 책임의식이 향상되고, 대표님의 피로도도 크게 줄었습니다.



직급이 생기면 시스템이 생깁니다

직급은 단순히 ‘호칭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운영의 뼈대입니다. 시스템 없는 조직은 대표가 ‘직접 관리’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직급이 생기면, 조직은 대표의 손을 떠나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직원이 늘수록 대표님이 직접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해집니다. 하더라도 대표님이 너무 힘들죠. 그래서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인사에서 구조화의 시작은 직급체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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