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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진 Jul 05. 2020

드디어 책이 나왔습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선정 이후 6개월 동안 한 일들

많은 분의 도움 덕분에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 7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선정된 이후 거의 6개월 만이네요. 도움 주신 분들, 그리고 프로젝트 선정 이후 이 글들을 다시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저는 직업상 잡지를 만들었지만, 단행본 출간은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기존에 쓴 원고를 늘리는 일에 주력했지만, 저에게는 새로운 매체를 경험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서점에서 독자들과 만나기에 가장 좋은 단행본의 규격은 어떤 것인지, 또 내가 넘을 수 있는 선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무엇인지… 어떤 때는 잡지만 만들었던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있었고, 새롭게 알게 되어 신기한 일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기뻤던 일은 책의 표지 디자인을 봤을 때였습니다.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그려진 이 표지는 제가 가장 많이 살았던 동네의 풍경을 아련하게 연상시켰습니다. 이런 그림이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언뜻 보면 단순한 그림 같지만, 디테일한 기억들이 함께 있습니다. 빌라 건물 밖으로 난 에어컨 실외기, 테라스, 그리고 띠지를 걷으면 보이는 강아지 한 마리까지요. 이 자리를 빌어 일러스트를 해주신 우연식 작가님과 디자인을 해주신 이경민 디자이너님께 감사드립니다.

기뻤던 일도 있었지만, 골치 아픈 일도 있었습니다. 기존 브런치북에 올린 11편의 글을 늘이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계산해보니 저는 고작 원고지로 250매의 원고만을 썼더라고요. 책이 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볼륨이 필요했고, 그래서 250매의 원고를 700매가량으로 벌크업 해야 했습니다. 결국 브런치에 올린 글들은 이 책에서 하나의 지도 역할을 한 거죠.


편집자님과 새로운 꼭지를 논의하면서, 브런치북에 올릴 때는 생각하지 않았던 수많은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일단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한 꼭지 더 추가됐습니다. 제가 혼자만의 공간을 꿈꾸기 시작했던 계기에는 아버지의 존재가 있었다는 판단이 들었죠. 이 글은 결국 책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살았던 다양한 형태의 집에 대한 꼭지가 추가됐습니다. 다세대주택, 반지하, 사글셋방 등등… 사실 저를 제외한 다른 가족에게는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는 기억들을 끄집어냈습니다. 그 시절 저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런 기억이 창피하게 남아있지 않았으니까요.


영화 속의 집에 대한 저의 생각을 담은 꼭지도 3개가 추가됐습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잠시 쉬어갈 코너를 만든 거죠. ‘태풍이 지나가고’,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사마에게’에 나오는 집에 대한 감정들을 써봤습니다.


저의 여자친구, 그리고 저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따로 넣었습니다. 이 브런치에 따로 올린 글들을 섞기도 했고, 다시 쓰기도 했죠. 원래도 이 글을 제 가족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는데, 출간된 책은 그런 의미가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추가했는데도, 책 분량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저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들이 각각 다른 주거형태에서 살고 있는 모습을 담는 꼭지였습니다. 친구 4명을 인터뷰했어요. 각각 회, 치킨, 족발, 보쌈 등을 사주면서 만났어요. 다들 오랫동안 만났던 친구들인데, 그렇게 다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가 그들을 많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인터뷰는 저에게도 꽤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외 브런치북에는 담지 않았던 ‘후일담’을 여러 글로 적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글을 써서 다행히 700매가량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앞으로 또 책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권의 책을 만들고 보니 또 책으로 만들고 싶은 여러 주제가 떠오르는 중입니다. 이 책이 저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는 모르겠지만, 그처럼 새로운 시도의 계기가 되어준 것 같네요. 브런치 하기를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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