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신해철 평전'을 읽고난 후...
신해철의 영화를 만든다면, 80년대 초반부터 88년도 12월 대학가요제까지의 이야기가 어떨까 싶다. 음악에 재능이 없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음악을 하고 싶었던 소년이 87학번 대학생이 되어 백골단을 피해 청계천의 어느 철공소에 들어갔다가 경험한 것들, 그리고 강변가요제에서 실패한 후, 다시 대학가요제를 준비하는 동안 하룻밤에 ‘그대에게’를 만든 사연까지. 당시 한국의 정치사회적인 맥락과 함께 당시 한국 음악계의 이야기까지 동시에 담을 수 있을 거다. 마지막 장면은 88년 대학가요제의 마지막 참가자인 무한궤도가 등장해서 ‘그대에게’의 폭발적인 인트로를 연주하려는 장면에서 끝나버려도 되겠다. ‘위플래쉬’의 마지막 장면처럼, 화면은 암전되고 그 위에 음악이 흐르는데, 이때 음악은 88년도 공연실황으로 넣어도 좋을 듯. 신해철의 열광적인 팬은 아니었지만, 가열차게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는 역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