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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진 Jul 24. 2018

극장에서 스마트폰을 켠 당신을 사람들이 비난하는 이유

그럴 만한 이유가 5가지가 있다. 

1. 누구나 스마트폰을 달고 산다. 잠깐 열어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안된다. 극장은 어두운 곳이다. 빛은 스크린에서만 나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크린만 바라보고, 스크린에만 집중하면서 영화를 본다. 그런데 당신이 스마트폰을 열면 당신의 뒤쪽에 앉은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 다른 불빛을 보게 된다. 스크린에만 집중하면서 영화를 보다가 당신의 스마트폰 불빛에 주의를 뺏기는 거다. 이건 당신 뒤에 앉은 관객들의 집중력 부족 때문이 아니다. 예기치 않은 공격이다. 공격을 받은 사람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당신을 비난하는 것이다.


2. 극장에서는 떠드는 사람도 있고, 크게 웃고 떠드는 사람도 있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 목소리보다 내 스마트폰 불빛이 더 나쁜 건가?


더 나쁘다. 영화는 시각을 점령하는 매체고, 극장은 관객의 시각을 점령하기 위한 설계로 지어진 곳이다. 그래서 극장에서는 귀를 공격하는 것보다, 눈을 공격하는 게 더 나쁜 행위다. 또한 코미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다같이 웃고, 공포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다같이 비명을 지른다. 이 상황은 영화관람을 방해하지 않는다. 영화의 분위기를 돋우고, 관객들을 영화에 집중시키는 극장만의 특수효과다. 하지만 당신의 스마트폰 불빛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방해꾼이다.


3. 사람은 누구나 바쁘다. 신경 쓸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피차 바쁜 사람들끼리 '카톡'확인하고, 간단한 통화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 않나?


아니, 이해할 수 없다. 당신에게 여러 선택지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수시로 확인해야 할 것 같으면, 극장에 오지 말고 집에서 보면 된다. 그런데도 꼭 극장에서 신작 영화를 관람하고 싶다면, 정 가운데 자리가 아니라 맨 뒷자리를 예약해 앉으면 된다. 맨 뒷자리에 이미 누가 앉아있다면, 맨 가장자리를 예약하라. 그 후 관람 도중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싶다면, 조용히 상영관 바깥으로 나가서 확인한 후 다시 들어오면 된다. 무엇보다 잠시라도 스마트폰을 꺼둘 수 없을 만큼 바쁜데, 어떻게 극장에 올 시간은 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4. 극장이 무슨 파르테논 신전인가? 뭐가 이리 딱딱하고 까다로운가? 자유롭게 와서 편안하게 감상하면 되는 곳 아닌가?


극장은 파르테논 신전이 아니다. 당신은 언제든 극장에 자유롭게 와서 편안하게 감상하면 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감상을 방해하면 안 된다. 그건 동네 멀티플렉스극장뿐만 아니라, 대학로 소극장,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LG아트센터에서도 똑같이 해당되는 예절이다. 사람들은 당신이 예절을 지키지 않아서 비난하는 것이다.        

5. 그렇다면 극장에티켓광고에서부터 스마트폰을 꺼두라고 알려야 하지 않을까? 내가 본 극장에티켓광고는 진동모드로 바꿔놓으라고만 하던데?


그러게 말이다.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다. 대학로 소극장,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에서는 모두 스마트 폰을 끄라고 하는데, 왜 극장에서는 진동모드로만 바꿔놓으라고 하는 걸까? 그래서 극장에티켓광고가 개발되었던 시점에 어느 멀티플렉스의 홍보팀장으로 근무했던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물어봤다. 그는 "에티켓 광고는 초기부터 극장에서는 진동모드를 권장했다"고 말했다. 

"공연장에서 핸드폰을 끄라고 하는 메시지는 관객보다 공연자를 위한 거예요. 연기에 몰입하던 배우나 발레리나가 핸드폰 소리때문에 공연을 망칠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또 관객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되겠죠. 하지만 극장의 경우는 실제적인 공연자가 없으니 진동모드 정도로도 에티켓이라고 봤던 거지요. 그때 만해도 스마트 폰이 아니었잖아요. 2G폰이 밝아봤자 얼마나 밝았겠어요. 그러니 핸드폰 불빛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스마트폰이 너무 밝아졌고, 또 SNS나 '카톡' 때문에 사람들이 더 많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요. 시대가 바뀌었으니, 극장 에티켓 광고도 바뀌는 게 좋겠네요."


정리하자면 이거다. 세상은 스마트폰 시대인데, 극장 에티켓 광고는 2G폰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 당신이 생각하는 극장 에티켓도 2G폰 시대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래서 스마트폰 시대의 예절을 들먹이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의 생활뿐만 아니라 예절의식도 어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기를. 아니면 다시 2G폰을 쓰는 게 좋겠다.


*2014년 8월, 허프포스트코리아에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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