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다스의 개'에 있다.
봉준호의 영화에서 TV는 종종 수모를 겪는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소주병에 맞아 브라운관이 깨졌고, <괴물>에서는 발가락에 의해 전원이 꺼진다. 신작 <옥자>에서도 미자네 TV는 주파수를 잡지 못해 할아버지의 매를 번다. 개인적으로 꼽는 봉준호의 명장면 또한 <플란다스의 개>에서 현남(배두나)이 손바닥으로 때려가며 보던 TV 속 장면이다.
아파트 지하실에 숨어 지내던 최모씨(김뢰하)가 개들을 잡아먹었다는 누명을 쓴 후, 경찰 조사를 받는 뉴스다. 영화를 처음 본 이후로 지금까지 종종 이 장면이 떠올라 킥킥거릴 때가 있다. 대사 때문이다.
“거기(구치소)가면, 아침식사는 튀김, 점심식사는 돼지고기, 저녁식사는 이면수… 좋다…”
어떻게 여기에서 ‘이면수’를 생각했을까? 튀김과 돼지고기에 이어 이면수라니… 고등어나 꽁치도 아니고 이면수라니… 이 대사의 ‘이면수’는 한강둔치에 나타난 괴물만큼 뜬금없다. 뜬금없고 황당하니 그냥 웃음이 터져나올 수 밖에. 종종 킥킥거리다가도, 왠지 최모씨가 구치소에서도 이면수를 못 먹었을 것 같아 짠해지기도 한다.
*2017년 7월, 맥스무비 매거진 '봉준호' 특집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