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싶다...
오늘 아침 메일을 여니 영화 ‘어느 가족’이 9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는 보도자료가 와 있었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니 허프포스트일본판에서는 ‘어느 가족’의 중국판 포스터를 소개하는 기사가 있었다. 이 포스터는 이미 국내에서도 ‘어느 가족’을 본 관객들에게 화제가 된 바 있는데, 일본판의 기사는 이런 디자인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나는 아직도 ‘어느 가족’이란 이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화의 원제는 ‘좀도둑 가족’(万引き家族)이다. ‘어느 가족’이란 제목을 붙인 입장에서는 영화에 대한 비호감적인 이미지를 우려했겠지만, 나는 그래도 ’좀도둑 가족’ 정도가 되어야 영화가 더 보고 싶어질 것 같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개성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봐도 그렇다.’어느 가족’은 정말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고 가족이 등장하는 영화라면 다 붙여도 되는 제목이니까.
중국판 제목은 ‘小偷家族’이다.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관계로 네이버 중국어 사전에 돌려보니 ‘小偷’이 바로 좀도둑을 뜻하는 말이었다. 사실상 영화의 원래제목을 붙인 것이다. 대신, 영화의 포스터는 스틸을 사용한 원래 포스터보다 더 개성적으로 그려졌다.
중국에서 쓰이는 포스터는 2종류다. 그중 하나는 가족들이 바닷가에 놀러간 영화 속 상황을 담고 있다. 흥미로운 건, 우산을 들고 있는 손이다. 손의 주인은 마치 멀리 있는 이 가족에게 씌워주는 것처럼 우산을 들고 있다. 물론 이 손의 주인은 영화 속의 할머니다. (영화를 본 분들은 아실겁니다.)
또 다른 포스터는 영화에서 가족들이 소리만으로 불꽃놀이를 즐기던 장면을 가져와 그렸다. 영화에서는 ‘소리만 듣고 불꽃놀이를 상상’하는데, 포스터에서는 그들이 직접 보는 것처럼 그렸다.
허프포스트일본판에 따르면, 중국 디자이너와 포스터 작업을 한 영화홍보사는 “중국에서 우산은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가족은 바다에서 행복하게 놀고 있습니다. 그때 할머니는 가족 모두를 걱정하면서 우산을 쓰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이 장면을 통해 ‘가족’이란 의미, 그리고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영화의 불꽃놀이 장면은 디자이너가 가장 감동한 장면이었다고 한다.
“이 가족에게는 불꽃놀이의 소리 밖에 들리지 않지만, 마음속에서 가족의 사랑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가장 감동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중국 관객에게도 이 장면이 크게 어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느 가족’의 관객수가 10만명이 넘거나 하면, 이 포스터 디자인을 가져와서 포스터증정 이벤트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이 포스터를 얻으려고 다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