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잘 부탁해
올해 봄은 유난히 짧게 느껴진다.
꽃은 생각보다 빨리 지고, 나뭇잎은 어느새 짙은 초록으로 자리를 바꿨다.
예전 같으면 아쉬움에 괜히 창밖을 더 오래 바라보았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자연은 늘 다음을 준비하고 있고, 나도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름.
사실, 여름은 나와 별로 친하지 않은—아니, 도무지 친해질 수 없던 계절이다.
한창 매미가 울어대는 길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모기 소리에 뒤척이다가 결국 새벽까지 깨어 있는 밤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건 조금 특이한 경험인데—
나는 살면서 두 번이나 매미에게 붙잡힌 적이 있다.
그것도 겨드랑이와 팔이라는, 굳이 거기까지 올라올 필요는 없었던 부위에 말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소름이 끼치고 징그러운 기억이다.
더위를 유독 잘 타는 탓에, 여름은 늘 ‘참아내야 하는 계절‘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라졌다.
아이와 함께 자연을 바라보게 되면서,
세상이 전에 없던 방식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엄마, 이 나뭇잎은 끝이 뾰족해.”
“꽃이 파란색일 수도 있어?”
“이 나무는 만지면 차가워!”
아이의 감탄은 매번 처음 같고, 그 순간만큼은 나도 덩달아 설렌다.
예전에는 관심도 없던 잎사귀의 모양, 꽃의 색깔, 나무의 촉감이
지금은 하루를 풍성하게 만드는 작은 기쁨이 되었다.
벌써 봄은 뒤로 물러서려 하고,
여름의 냄새가 저녁 바람에 섞여 창문 너머로 들어온다.
우리나라의 특별한 사계절.
그 사계절 중 내가 가장 사랑했던 계절은 겨울이지만,
이상하게도 언제나 그 뜨거운 햇빛 아래, 쨍한 색감으로
가장 선명하게 아름다움으로 남는 건 여름이었다.
그래. 여름은 그랬다.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계절.
이번 여름은, 그 계절 아래에서
조금 더 열심히 살아내고, 마음껏 즐겨보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