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 우라사와 나오키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 연재 당시 <몬스터>의 악명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당시 일반적인 만화들은 보통 두어 달 정도면 단행본이 나왔는데(심지어는 <럭키짱>을 그린 김성모 작가는 2주에 한 권씩 내기도 했다) <몬스터>는 3~4달은 기본이고 6개월 이상씩 걸릴 때도 있었다. 그렇게 겨우 신권을 받아 읽다 보면, 몇 달 전에 읽었던 앞부분이 헤갈려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만 했다. 10권쯤부터 <몬스터>를 읽기 시작했고, 완결판이었던 18권이 나올 때까지 단행본이 나올 때마다 매번 그랬다. 이야기의 뒷부분보다 앞부분이 더욱 선명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연재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읽은 <20세기 소년>에 더 애착을 가지고 있고, 이외에도 <마스터 키튼>, <해피>, <PLUTO> 등등 쏟아냈다고 할 만큼 우라사와 나오키의 수작이 많지만 그래도 최고는 <몬스터>다.
뜬금없이 완결된 지 15년도 더 지난 <몬스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독전>과 <마녀>를 본 후 <몬스터>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력하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독전>의 서영락을 보며 내내 <몬스터> 속 ‘요한’을 떠올렸다. 첫 등장 장면부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과 전체적인 에티튜드, 본인의 이름과 정체를 자신도 모르는 설정, 마지막 드러나는 정체까지 서영락이라는 캐릭터의 대부분이 ‘요한’에게서 온 것이라 느껴졌다.
<독전>을 두 번째 보며 서영락이 ‘요한’스러운 것에 대해 더욱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반대쪽에 있는 원호의 존재 덕분이었다. 이선생을 추적하는데 모든 것을 건 원호의 신념과 책임감을 보며, 자신이 살려낸 몬스터 ‘요한’을 쫓기 위해 떠난 ‘Dr. 텐마’가 떠올랐다. 물론 서영락과 요한의 관계처럼 강력한 레퍼런스는 아니지만 가볍게 넘기기엔 원호의 집념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마녀>의 경우 기본적인 설정 자체부터 <몬스터>를 연상시킨다. <마녀>의 시설과 <몬스터>의 511킨더하임의 연구에서 드러나는 공통적인 믿음은 인간에게는 우열이 존재하고,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거나 개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대적 배경 탓에 방법이 유전자 조작과 정신개조 교육으로 방법론이 달라졌을 뿐이지 그 본질은 동일하다. 실험자들에게는 개조된 인간을 만들어내는 목표 외에 피실험자의 인격이나 존재감은 중요하지 않다. 피실험자들은 애초에 이름이 없었거나 혹은 이름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511킨더하임의 살육전에서 살아남은 후 몬스터로 성장한 요한은 ‘완벽한 자살’을 꿈꾸며 살인을 이어간다. 애초에 우월한 유전자로 태어난 <마녀>의 엔딩에서 구자윤은 ‘보다 근본적인 것을 해결하기 위해’ 나타났다고 말한다. 그녀의 해결 방법이 <몬스터>의 그것처럼 잔혹한 길이 아니길 바란다. (물론 <마녀>의 흐름상 피할 수 없는 길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