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가족, 사랑의 이름"
무료하게 youtube를 뒤적거리다 우연히 영화 블랙위도우의 무비클립을 보게되었다. 마블의 팬이지만 사실 블랙위도우는 볼 생각이 없었다. 왠지 우울하고 재미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찾아서 보게된 나타샤와 태스크마스터와의 대결장면을 보고 빠져들게 되었다. 현란하게 기술을 쓰는 태스크마스터를 보고, 궁금증이 일어났고, 뭔가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보면하는 나타샤를 보면서, 영화를 봐야겠다고 결심하고, 그날 밤 영화를 제대로 정주행하게 되었다.
영화는 나타샤의 과거사에 대한 얘기다. 나타샤의 정신세계가 형성되는 과정과 전투력이 형성된 과정을 영화는 짐작할 수 있게 해주고 있고, 어벤져스의 일원인 나타샤가 정의를 구현해 나가는 내용으로 영화는 구성된다. 마블 영화의 특징인 것인지, 아니면 마블 영화를 찍는 감독들의 세계관이 일치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잘 들여다 보면 역시 가족과 사랑에 대한 얘기가 영화의 중요한 테마로 작용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도 뭉클하거나 짠하게 되는 건, 전투가 난무하고 생사가 기로에 놓이는 상황에서도 가족과 사랑에 대한 끈을 놓치 않고 있는 주인공들의 대사와 선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나타샤가 레드룸의 소녀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일관된 선택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응원하게 만든다.
옐레나를 고통의 시간속에서 견딜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은, 어렸을때 경험했던 가족과의 시간이라고 옐레나가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설정된 가족이었다라고 폄하하려는 나타샤의 발언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한다.
Please don't say that.
It was real. It was real to me.
You are my mother.
You were my real mother.
The best part of my life was fake, and none of you told me.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장면이 많이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 가족들과의 관계와 시간들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일상의 고통으로 잠시 마음의 단절을 선택했던 시간들 속에 내가 가족들에게 차가움과 사랑의 부재를 경험하게 만든 것에 미안하다는 마음이 슬며시 올라왔다. 옐레나의 대사를 들으면서, 어른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시간들이 자녀들에게는 정말 유의미하고, 중요한 기억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쩌면 무의미해보이는 대화 속에서도 자녀들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시간들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부모가 되는 것이 누군가의 인생을 빚어나가는 손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살짝 경외감도 들었다. 이 영화는 분명 액션영화였는데, 이런 생각까지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 감독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스크 마스터와의 전투씬은 정말 재미있다. 예전에 보았던 캡틴아메리카2: 윈터솔져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마블영화에서 최강의 전투액션영화는 캡틴아메리카2: 윈터솔져라고 생각한다) 도시에서 벌어지는 추격씬과 전투신은 긴장감과 액션의 재미를 전해주고 있다. 태스크마스터의 비밀을 말해버리면 스포일러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태스크마스터의 스토리도 나오고, 그것을 포용하는 나타샤의 모습도 참 멋지게 나온다. (그런 나타샤를 이제 마블에서 볼 수 없는 것에 아쉬운 마음이 올라오기도 했다.) 액션과 스토리가 잘 버무려져 있는 마블영화인 블랙위도우,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