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 the Deer Jun 18. 2022

영화를 보며 나를 본다 :  달콤한 인생

복수- "복수의 시작과 끝"

Intro


상당히 오래된 영화다. 2005년에 나온 영화인데 당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영화다. 흔한 깽패 영화처럼 보이지만, 당시에 '복수'라는 감정을 잘 풀어낸 흔치 않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군데군데 나오는 명대사와 명장면은 아직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강렬했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


가장 대표적인 대사다. 명대사라기보다는 사실 명장면에서 나온 한마디로 봐야 할 것 같다. 주인공(선우, 이병헌)이 복수의 여정 끝에 자신을 죽이려 했던 예전 보스를 찾아와서 총을 겨누며 묻는 대사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
말해봐요.




그리고 적막이 흐른다.

이쯤 되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주인공의 억울함이라는 감정에 이입된다. 내가 경험했던 억울함이 주인공의 억울함과 만난다. 특히 직장생활 (또는 조직생활)을 하는 분들에게 더 감정이입이 잘 될 것 같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는 감정은 우리가 직장생활에서 흔하게 겪어보는 감정인 것 같다. 이럴 때, 우리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감정을 진정시키거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선택한다. 감정을 표출하기로 선택한다면 이 선택에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진다. 직접적으로 하거나 간접적으로 하는 선택지이다. 기왕이면 직접적으로 하고 싶지만, 그러면 사회생활과 인간관계가 힘들어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대부분 간접적으로 표출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우리에게 대리만족을 준다. 상처 준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외쳐댄다.



7년 동안 당신 밑에서 개처럼 일해온 나를, 진짜로 죽이려고 했어요?



주인공은 울면서 소리친다.

말해봐요! 무슨 말이라도 해봐!




잠시 후, 옛 보스가 정적을 깨고 말한다.

이러지 마라.




그러자 주인공은 잠시 후 총을 거둔다. 그러다가 다시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고 나서, 말한다.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잖아요.




그렇게 복수는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해낸다. 그런데 주인공도, 영화를 보는 우리도 후련하지만은 않다.


 해결해야 할 삶의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복수로 삶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주인공은 여기서 도망쳐나가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것은 큰 문제다). 영화를 보면서 '상황에도 불구하고 복수를 해냈다, 후련하다'는 생각에 이어, '내가 저지른 게 아니라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 나니, 복수를 실행했을 때의 열매가 생각보다 그리 좋지 않다는 생각, 공들인 것에 비해 허무하다는 생각, 여전히 삶의 이슈들은 남아있다는 생각.. 생각보다 많은 생각들을 던져주는 장면이다. 욕을 늘어놓다가 소리 지르며 총을 쏘는 후련한 복수 장면으로 끝날 수도 있는 장면인데, 주인공과 보스의 대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억울함과 복수라는 감정을 이끌어내고 이입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고통이야



황정민을 처음 본 장면인데, 나는 진짜 깡패인 줄 알았다. 욕도 정말 강렬한 느낌으로 하고 표정이 불량 그 자체다. 여기서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발견되었다고 들었다.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



칼을 맞고, 쓰러져 있는데, 누군가 저 표정으로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라고 한다면, 상당히 두려울 것 같다. 인생은 고통이라는 말이 착착 감기는 건, 살면서 고통을 많이 겪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말도 왠지 나이가 들수록 더 잘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는 말인 것 같다. (가끔씩 고통스러울 때, 황정민의 저 멘트가 생각난다 ㅎㅎㅎㅎ. 그러면서 피식 웃게 된다)


백사장(황정민)이 얘기한 '인생은 고통이야'라는 말은 주인공의 지금까지의 복수 여정을 말해주는 것 같다. 주인공은 고통스럽게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다. 그런데, 비장한 각오와는 달리 복수는 성취감을 주거나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복수에 눈이 먼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복수라는 감정 자체가 사람을 지배한 상태를 말하는데, 사실 이때는 정상적인 사고나 행동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리고, 복수가 달성되더라도, 그 결과는 한쪽의 파괴에서 양쪽의 파괴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보면, 복수는 치명적인 감정인 것 같다. 복수는 감정 그 자체로 다뤄져야지, 삶을 지배하도록, 복수가 나를 driven 하도록 놔둬서는 안 되는 감정이다.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감정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생에 고통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고통의 해결책이나 이완 책이 복수가 될 수는 없다. 복수는 결국 더 큰 파괴와 고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은 고통이야'라는 말보다 '복수는 고통이야'라는 말이 더 정확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복수를 소재로 한 영화지만, 복수를 가볍게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웰메이드 영화라고 생각한다.



Bittersweet Life,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를 보며 나를 본다 : 캡틴 마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