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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 the Deer Feb 21. 2023

면접 보러 가는 법

Intro.


지금 시간은 오후 4시. 


내일 오후 4시에 다른 회사 면접이 있다.

그런데 어찌하다보니, 회사에 아직 얘기를 하지 못했다.

(사실 적당한 이유를 찾느라, 어제 밤에도 내내 고민을 했는데, 찾지 못했다.)

벌써부터 회사에서 의심을 받고 싶지는 않은데... 이럴때 회사에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할까. 



가장 Best 면접사유는 휴가.


    면접이 잡히면, 그 다음날 바로 휴가를 쓴다. 이게 제일 베스트인거 같다. '적당한' 휴가 사유를 만들어 휴가를 쓰고 마음 편히 다녀오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내가 그 휴가를 적어도 2~3주 정도는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휴가를 자연스럽게 (?) 보이기 위해 적당한 이유를 둘러댔다면, 그 이유는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나중에 누가 물어봤는데, "네? 제가요?" 이러면 낭패다.



면접을 급하게 잡더라도, 너무 극적으로 사유를 대지는 말자.


    예전 n번째 직장에서, 들어온지 얼마 안된 신입 친구가 금요일 오후 느즈막히 갑자기 (과장)인 나에게 말했다. 


    "할머니가 위독하셔서 빨리 가봐야될 것 같습니다"    


    나는 눈이 동그래지며, '어 그래 빨리 가봐!' 라고 했다. 


    다음주 월요일날, 그 친구에게 물었다. 


    "할머니 괜찮으시니?"


    "네 할머니요? 네 그럼요 건강하십니다"


    "... 아... 그렇구나 그래~"


    나는 별 말하지 않았지만, 혼자서 차곡차곡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팀장님께도 말씀을 드렸다. (결원은 바로바로 매꿔야하기 때문이다) 면접이 잘 진행이 안되었는지, 그 친구는 바로 그만두지 않고, 한 3개월정도 뒤에 퇴사했다. 우리도 불편했지만, 그 친구도 아마 3개월동안 미묘한 이질감을 느끼며, 쉽지 않게 회사를 다녔을 것이다. 


    극적으로 면접을 잡을 수는 있다. 그런데 수습이 가능하도록 기억을 해야한다. 특히 누굴 아프게 만들거나, 돌아가시게(?) 만드는 극적인 사유는 지양하는 게 좋다. 지속적으로 회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요청(?)된다면, 적당하게 시작한 사유가 나중에 소설처럼 커질 수 있다. 그러면 기억할 것이 많아져서 고통스럽다. 



면접을 급하게 잡을 때, 적당한 사유: 불편한 단어가 들어있는 사유를 사용하자. 


    어느날, 회사 동기가 나에게 말했다. 


    "나 오늘 반차야"


    "왜?"

    

    "치질수술때문에"


    "???? ?진짜??"


    "응 ㅎ 잘 다녀올께"


    "(아이고.. 어쩌다가..)응 그래 ! 화이팅"


    그리고 한 2주뒤 그 친구가 말했다. 본인 이직한다고. 나는 깜짝 놀라며, 언제 면접봤냐고 했더니, 그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치질 수술.' 

    나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그 강렬한 단어에 완전 마음이 빼앗겨버려서(?) 그쪽으로는 생각도 못했다.


    "팀장님이 뭐라고 안하셨어?"


    "그럼, 얘기하니까 '아우! 그래 갔다와' 하시던데"


    물론, 이러한 사유가 부끄러울 수 있다. 그렇치만, 그 정도 감내(?)하고 안전히 면접 다녀오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사유는 잘 잊어버리기도 어렵고, 상대방이 다시 물어보기도 어렵다 ㅎㅎ)  



Outro.


    면접보러 가는 것이 죄(?)는 아니지만,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마음을 안고 면접장에 들어가서는 안된다. 확실히 마음을 가볍게 하고 가야한다. 이직은 배신이 아니라, 직장인이 갖는 선택 요소 중에 하나일 뿐이다. 더 큰 의미는 없다. 


    혹시 면접보러 가시는 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화이팅~!"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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