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 the Deer Aug 25. 2023

큰 조직으로 가야 하는 이유

신뢰가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다는 깨달음.

Intro.


나는 감사하게도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다녀보는 경험을 했다.


최근에..두통이 생길정도로 조직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들었으며, 이래서 체계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래서 조직론이라는 학문이 있는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두통의 시작점은 인간관계였다.

하지만, 이것이 개인-개인 간의 불편함을 넘어, 개인-다수로, 그리고는 회사의 속도와 신뢰를 거의 뭉개버리는 수준으로 만드는 현상을 보면서, 나에게 굉장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인사가 만사.


요즘 정말 많이 와닿는 말이다.


아직 진행 중인 이슈인 관계로... 감정이 다 정리가 되지 않아 내용이 약간 씁쓸할 수 있다.



Norm.


조직생활을 하다보면, 어떤 보이지 않는 룰이 인지된다. 사규는 아니지만, 이 정도는 지켜줘야 더불어 잘 지낼 수 있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나는 대로 작성한 나열임)


- 누군가의 좋은 의견을 내가 말하는 경우, '이건 누구의 의견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

- 본인이 잘못한 경우, 그 잘못을 시인하고, 그 잘못된 일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계획을 세워 신뢰를 유지 및 회복하는 것

- 잘한 일은 보상해주는 것 (꼭 돈이 아니더라도, 추켜세워주는 정도?)

- 아랫사람이 일한 것은 헤아려 주는 것. 그래서 아랫사람은 '내가 인정받고 있나'를 걱정할 필요 없이 열심히 일만 하면 되는 것.

- 아랫사람이 잘못하면 지적하고 혼내주되, 책임은 윗사람이 지는 것.

- 아랫사람은 나서지 않고, (윗사람이 돋보이도록)

- 윗사람은 잘 헤아려주는 것 (적절히 격려도 해주고, 아랫사람이 잘 하고 있음을 그 윗선에 적절히 알리는 것)

-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가르켜주는 것.

-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윗사람으로써 대하는 것.


사실 다 내가 경험해 본 것들이다.  물론 저게 모두 갖춰진 조직이나 회사는 없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12개 회사중에서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 회사를 통해 나는 저 리스트 중에 정말 크리티컬한 요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본인이 잘못한 경우, 그 잘못을 시인하고, 그 잘못된 일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계획을 세워 신뢰를 유지 및 회복하는 것



와.. 이게 정도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구나 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설마 이 정도는 아니겠지.. 이 정도는 아니겠지.. 했는데, 계속 아니겠지로 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 일의 임팩트가 굉장히 컸다.


우리 회사는 스타트업이다. 특성상 의사결정이 빨라야 하고, 열정이 요구되는 조직이다.

그러나, 이 일이 지난 몇년간 계속되자, 신뢰라는 요소가 사그러들어버렸다.


내가 크게 깨달은 점은,


신뢰는 정말 회사가 달려갈 수 있는 속도를 낼 수 있는 열차의 선로 같은 존재인데,

'어떤 일이 잘못되었는데도 다른 일이 급하니까 일단 넘어가는' 형국이 지속되자,

일은 (뭐 꾸역꾸역) 진행되긴 하지만, 정말이지 신뢰가 박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니, 진행 된게 아니었다. 사실상 우리의 신뢰는 모두 그 잘못되었던 지점에 아직도 서있는것 같다.



일의 진행에 있어 사람들은 이제 잘 믿지 않고, 굳이 나서지 않는다. 어차피 잘잘못이 따져지지도 않고, 잘못한거에 대해 응징도 없는데 굳이 나설 필요 있나?


다들 거꾸로 가고 있다. 잃어버린 신뢰로 조직원들은 결국 자기 밥그릇과 앞가림에 더 열을 올리게 된다.



신뢰.


- 잘한 것은 잘했다, 못한 것은 못했다고 하는 것.

-  성과는 보상하고 잘못은 징계하는 것.


이게 신뢰로 연결되고, 이렇게 임팩트가 클 줄이야...


조직이 큰 대기업에서는 이것이 비교적 당연한 일이다. 부침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순환작용을 통해 걸러진다. 이러한 이슈를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관점과 조직원이 있고, 특히 이러한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한 팀이 별도로 있다. 결국에는 걸러진다.


그러나,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회사에서는, 이것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 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단기적으로는 이렇게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아니 굳이 왜 그렇게 해? 지금 바쁜데 그냥 넘어가 '

' 너 참 유난스러운 면이있구나. 그냥 넘겨. 설마 괜찮아지겠지 '


지금 시간이 흘러 우리 조직은 그 결과를 맛보고 있다. ㅜㅜ

술렁술렁 넘어가는 분위기에서 굳이 손을 들고 얘기하는 건, 혼자서 거꾸로 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튀어나온 못이 먼저 두들겨 맞는다고 ㅎㅎㅎ 오히려 더 주목받게 되는 현상도 있다 ㅎㅎㅎ (이를테면 '잘잘못을 지적하는' 너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


그래서 우리의 윗세대들이, 또는 선배들이 큰 조직으로 가라고 하는 것 같다. 적어도 거기에는 '자정작용'을 할 수있는 capa(조직)이 있으니까 말이다.


정말이지, 일의 진행을 위해, 조직의 발전을 위해 신뢰는 반드시 회복되어야 한다.



Outro.


글을 쓰는데, 내 글에서 꾸덕꾸덕한 답답함이 보여지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그만큼 절실히 신뢰의 가치를 깨달은 심정을 절절히 보여주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ㅋㅋㅋ 자뻑 자평)


곧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오늘 점심은 새콤한 쫄면을 먹어야겠다.


이전 09화 연봉협상, 그 피할 수 없는 자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