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좋아하는 나에게 친구가영화 big short 보는 것을 강하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별 기대 없이 보게 된 영화였는데, 보고 나서 완전 영화의 팬이 되었다. 영화의 스토리는 물론이고, 배우들의 연기, 특히 투자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좌절과 희열, 분노와 광기들을 너무나도 잘 연기해낸 배우들에게 고맙기까지하다. 영화를 보면서느끼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투자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유추하고 그려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투자의 감정을 공감해볼수 있다.영화를 한 50번 넘게 본 거 같은데 그 정도로 나에게는 명작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투자를 해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특히 주식이나 파생상품을 투자해보시지 않았다면, 투자과정에서 느끼는 기쁨과 분노와 슬픔과 고통을 모르신다면, 이 영화는 재미가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반대로, 주식을 1주라도 사보고 투자를 해보셨다면, 이 영화에 깊이 빠져들 것이다.
영화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론으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퍼져나가기 전,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한다.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려는 4명의 투자자와 2명의 트레이더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이들은 모두 부자가 되었으나, 쉽게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모든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고난과 역경을 뚫고 끝내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정말 예술이다. 보시면 '이 맛에 투자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고, 아마 영화를 보고 나서 투자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생길 수도 있다.
흔들리지 않는 마크바움
위 사진은 브로커 자레드 베넷이 판매한 금융상품에 투자한 마크바움의 회사 팀원들이 무섭게 항의하는 장면이다. (사진 왼쪽에서 삿대질을 하고 있는 4명) 시장에 있는 모기지 대출 상품들에 부실이 발생하면, 마크바움이 투자한 금융상품은 이익이 나는 구조다. 그런데 시장에 모기지 대출 상품 부실율이 올라가고 있는데도, 마크바움이 투자한 금융상품에 이익이 나지 않고, 수수료만 떼이게 되자, 위 사진과 같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모습이다. 돈을 떼이거나 사기를 당한적이 있는가? 영화에서 보면 사기꾼이라고 말하며 온갖 욕설을 퍼붓는다.(실제로는 더하다. 멱살잡고 난리가 난다.)
재밌는 광경은 오른쪽 3명의 태도이다. 중앙에 있는 마크바움, 맨 오른쪽의 자레드 베넷, 그리고 자레드 베넷을 보고 서있는 assistant 셰인이다. 셰인의 표정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난 몰라요. 당신이 이렇게 한 것이지 않습니까? 어떻게 뭐라도 좀 해보세요' 그런데 자레드 베넷의 표정은 약간 상기되어 있긴 하지만, 얼굴에서 보인다.'나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잘못한게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여기서 내가 눈여겨보는 사람은 마크바움이다. 그는 테이블 가운데에 앉아서 생각하고 있는 모습인데, 그의 팀원들처럼 엄청나게 상기되거나 흥분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자레드 베넷의 표정과도 어디인가 결이 다르다. 내 생각에는 그는 지금 의심하고 있다. 표정이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계속 판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나는 이 모습이 투자의 기본이 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투자과정에서 보여지는 투자 대상에 대한 생각들이 흘러가는 대로 감정을 끄집어내어 반응하는 것은 좋은 투자결과를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인 판단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에서 보여주고 있는 마크 바움의 연기는 방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본인의 의사결정을 내려나가는 투자자의 정석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생각보다 절대 쉽지 않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지하철에서 무심결에 옆사람이 하는 한마디에도 투자는 영향 받을 수 있다. 상상해보라. 누군가 옆에서 우연히, 정말 우연히 내가 투자한 주식에 대해 너무 많이 올랐다라고 한다면, 나는 슬그머니, 내 주식을 확인해볼 것이다. 그리고 찾기 시작할 것이다. 혹시 그 옆사람이 그렇게 말한 것에 대해 근거가 될만한 기사나 자료가 있는지 말이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시청각 교재다. 흥분난리 부르스를 치는 상황에서 어떤 태도와 감정을 보여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물러서지 않는 마이클 버리 (Christian Bale)
표지에 있는 사진은 마크바움과 같은 물건에 투자를 한 마이클 버리이다. 마찬가지로, 수익이 나오는게 정상인 시장상황인데, 본인의 금융상품에는 그것이 반영되지 않아 사무실 바닥에 누워서 망연자실하며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인상깊은 부분은 사진에서 마이클 버리가 들고 있는 자료들이다. 아마 투자한 상품들의 금융계약서 또는 약관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다 읽고 나서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장면이다. 보통의 일반사람이라면, 저런 상황에서 금융계약서를 보거나 약관을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투자를 잘못하게 만든 원인을 찾아 책임을 회피하고, 남이나 다른 원인에 탓을 돌리거나 (blame shift다. 우리는 이것에 능하다), 자책하며 실수를 잊기 위한 다른 행위들을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런데 마이클 버리는 역시 진정한 투자자의 모습을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다. 조사하고, 또 조사하고, 포지션을 취한다음, 자신의 rationale이 망가지기전까지 그는 버틴다. '버틴다'라는 말은 3자의 입장에서 매우 쉬운말이다. 그리고 이미 지나가버린 상황에서 버틴다라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현장 한가운데서 버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온갖 반대로 얘기하는 상황 속에서 나의 생각을 지켜내야하기 때문이다. 조롱과 비난은 기본이고, 바보취급도 받을 수 있다. 거기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라고 하며 포기해버리면, 거기서 끝이다. 하지만, 여기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조롱과 비난, 바보취급이 본인의 투자와 상관없는 것임을 분명히 알았다. 투자근거와는 무관한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소중한 것들을 시청자들에게 길어올려주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인고의 과정을 거치는 투자는 분명 나의 자손에게 물려줘야할 소중한 덕목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투자하기 전에 봐야할 영화
주식이나 코인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그리고, 주식이나 코인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투자근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영화는 장면장면마다 얘기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는 실존인물이며, 현재도 왕성한 투자활동을 하며 이름을 날리고 있다. 물론 작년 테슬라를 short해서 돈을 날리시긴 했지만, 그래도 뛰어난 투자자임에는 분명하다. (돈은 잃을 수 있는 것이까) 참고로, 우리나라의 일부기업에도 투자를 했다. 오텍과 현대이지웰페어에 그의 회사 Scion asset management가 투자를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