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길, 갑자기 마션이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잠깐 하이라이트만 보려고 했는데, 결국 다 보고 말았다. 내가 놀랬던 점은, 예전에, 그러니까 2015년에 봤을 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오늘은 정말 강렬하게 다가오는 영화였다. 마치 이렇게 말걸어 오는 것 같았다.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What if?
영화를 보면서, 계속 주인공의 처지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질문이 거의 5분간격으로 마음 속에서 올라왔다. 그렇게 영화를 보니 정말 긴장감이 맴도는 영화였다.
주인공 와트니는 사고를 당하고, 부상을 입은 채로 홀로 화성에 남겨진다. 동료들이 다 떠난 기지로 혼자 돌아와 그는 스스로 작은 수술을 마치고 나서, 영상기록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살아있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잠시 후, 와트니는 짐을 정리하면서 혼잣말을 한다. '나는 여기서 죽을 수 없어.'
그 다음날부터 주인공은 살아가기 위한 본격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전체 식량의 갯수를 세어보고, 내가 몇일을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감자를 발견하고, 흥분한 와트니는 다시 어김없이 영상기록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영상기록을 이벤트가 있을때마다 남긴다. (영화는 이러한 장면의 연속으로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극적으로 탈줄하게 되는 해피엔딩의 스토리이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보았던 영상기록 장면들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이 영상기록 행위가 주인공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영상기록을 하지 않았다면, 주인공은 아마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할 수 있는 존재, 아니 생명체가 아예 없는 화성에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상기록을 하지 않고, 침묵했다면, 아마 주인공은 굉장히 우울했을 것이다. 무기력해져갔을 것이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다.
주인공이 '말을 해야 내가 우울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영상기록 행위가 주인공의 멘탈을 지켜준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와트니는 우주인으로써 당연히 기록을 한 것일 수 있지만, 결국 그는 '누군가가 들을 것이다'라는 전제하에 그는 독백이 아니라 미지의 3자를 향해 얘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모든 말과 제스처와 생각은 '대화'에 입각하여 말했다. 즉, 미래시점의 대화를 앞당겨했다. 그리고 그는 확신하며 얘기했다. (그는 영상기록이 부질없다고 얘기한 적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그가 하는 얘기를 모조리 다 빠짐없이 듣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누군가와 얘기했고, 그는 socialize 하고 있었다. 누군가와 연결되어지고 싶어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그는 미약하게나마 해결해나가고 있었다. 좀 더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나는 이것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기를 지탱하는 중요한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본 받아야 할 와트니 정신
와트니는 온 생각과 힘을 동원해 화성 기지 안에 감자 밭을 만든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그는 감자를 심고, 감자를 재배하는데 성공한다. 정말 인간승리라는 생각으로 내 머릿속에 도파민이 서서히 돌때 쯤, 갑작스런 게이트의 오작동으로 감자 밭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 때, 절규하는 와트니를 보는데, 마음이 참 아팠다. 그리고, '내가 만약 저 상황이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하는데 마음이 먹먹했다. 그런데, 와트니는 통신으로 연결된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에 위로를 얻고 다음날 다시 문제해결을 위해 툭툭 털고 일어난다.
영화를 보면서 와트니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존'이라는 절대적인 이슈 앞에 와트니에게 계속 '절망'이라는 상황이 와서 계속 노크한다. 분명 와트니에게 두가지 선택지를 줬을 것이다. '어떻게 계속 가볼래? 아니면 이대로 끝낼래?' 라고 말이다. 포스터에 나와 있는 것처럼 백만광년이 떨어진 거리에서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와트니이다.누가 봐도 절망을 선택하기 매우 쉬운 상황이다. 그런데 와트니는 계속해서 일어난다. 그리고 계속 해결책을 생각해낸다.
강추하는 영화, 마션
와트니는 절망이 웅변되는 상황에서, 절망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와트니는 계속 해결책을 생각해낸다. 와트니의 반복되는 일어섬과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에, 내 마음에 참 힘이 되는 것을 느꼈다. '나라고 못할 것이 뭐가 있나?' 라는 마음이 들었고,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내가 절망을 선택했던 영역들에 대해 다시 해보고 싶다는 격려를 받는 영화였다.
와트니가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하는데 참 인상깊었다.
You do the math.
You solve one problem,
and then you solve the next problem,
and the next,
and if you solve enough problems, you get to go home.
난제를 해결하는 데 대단하거나 특별한 레시피는 없다. 한 스텝, 한 스텝, 그것의 축척으로 이루어진 단단함과 견고함이라는 것이다. 화성에서 살아돌아온 사람의 조언이니, 나도 더 늦기 전에 적용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