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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 the Deer Jun 17. 2022

영화를 보며 나를 본다 :
인터스텔라

희망 - "희망의 메세지"

Intro


인터스텔라는 가까운 미래에 지구에 기상이변으로 경제난과 식량난이 발생하여 지구이외의 행성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수학적으로 천문학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개념들이 등장하지만, 영화를 즐기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사실, 영화 테넷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테넷은 두번 정주행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인터스텔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우주SF영화로서 인기가 많았다기보다는 이 영화가 얘기하는 희망과 사랑이 호소하는 바가 컸다고 생각한다. 특히 역경을 뚫고 이겨내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품고 있는 희망과 믿음, '우리는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살아남는다'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그리고 그 동력이 되는, 동기가 되는 것이 사랑이라는 점은 이 영화의 품위를 더 높여준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절망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영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너도 포기하지마 할수 있어' 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쿠퍼가 보여준 생명력, 희망



위 사진은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발견했다고 거짓말한 닥터 맨(Matt Damon)박사로 인해 죽음의 위기에 처한 쿠퍼를 닥터 브랜드(Anne Hathaway) 박사분이 구하러가는 장면이다. 영화에서 맨박사와 쿠퍼는 같이 행성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맨박사가 쿠퍼(Matthew McConaughey)를 죽이려하고 급기야 맨박사는 쿠퍼가 쓰고 있는 헬멧을 깨뜨린다. 깨어진 헬멧 유리사이로 산소가 사라지고 쿠퍼는 호흡곤란을 겪게 된다.


그 장면에서 맨박사는 쿠퍼에게 다양한 말들을 무전기로 교신하며 건넨다. 내가 왜 이럴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사실 너도 나와 같은 상황이면 너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등 다양한 말들을 건넨다. 자기합리화의 언어들이 수신기 너머러 쏟아져 나온다. 다양한 미사어구와 시까지 건네며 결국 나는 어쩔수 없었다라는 논리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 결국 그가 하는 행동은 쿠퍼를 죽이고, 우주선을 가로채려는 것인데, 온갖 말들을 쏟아내면서, 그는 정당화 비슷한 시도들을 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쿠퍼의 힘겨운 호흡소리에 무전기 교신을 끄게된다. 


쿠퍼는 포기하지 않는다. 외딴 행성에 헬멧이 깨어져 호흡곤란이 온 상황에서 그는 계속 눈을 돌려본다. 살기 위해 그는 포기하지 않고 눈을 계속 돌려본 결과 땅에 떨어진 무전기로 기어가, 브랜드 박사에게 연락하여, 본인을 구출하도록 요청한다.


정확히 위 사진 속의 장면에서 브랜드 박사가 소리치면서 내린다. 우주선이 땅이 닫기도 전에 뛰어내린다. 

 "쿠퍼!" "쿠퍼!" 

나는 이 장면에서 웬지 마음이 찡했다. 다급하게 외치는 외마디 음성에 '널 반드시 구해줄께! 끝난게 아니야! 조금만 힘내!'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 같다. 사실 이 장면은 인터스텔라에서 나에게 가장 큰 위로를 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힘든 순간에 찾아온 한 줄기 희망이라는 모습에 웬지 만감이 교차한 듯 하다. 


쿠퍼에게는 반드시 살아야한다는 목표가 있다. 가족들에게 돌아가야한다는 목표, 사랑으로 돌아가야한다는 목표가 있다. 요즘에 쉽게 회자되는 경향이 있는 '사랑'이라는 단어 이지만, 사랑이 지향점이 될 때 사람들은 그것에 엄지를 치켜세우게 된다. 사랑의 숭고함과 위대함을 알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엄지를 치켜세우게 되고, 응원하게 된다.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쿠퍼에게 '제발 가족들의 곁으로 가게 해줘' 라고 응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하지 않을 사람도 없다. 이 장면은, 보는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소위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맨박사 같은 사람들을 살면서 가끔씩 만날 때가 있다. '내가 너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주고, 나의 행동을 이해해주기 바래' 라는 알맹이는 숨기고, 온갖 미사어구로 치장해서 결국 피해를 주는 사람들 이 계시다. 그 때 필요한 건 그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의 의도가 시작되는 지점이 어디인지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의도는 드러나게 되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존경하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잘 판단이 안될 때는 열매를 보면 된다'고 하셨다. 미사어구에 어느새 현혹되어 분간이 되지 않을 때, 그 사람의 얼굴을 보자. 그리고 그 사람의 말들을 그 사람의 상황에 비추어 보자. 그러면 결국 알게되는 것 같다. 이 사람이 맨박사인지 아닌지.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은 시간을 끄는 것이다. (시간을 끌면 미사어구는 바닥이 나기 마련이다.)


쿠퍼가 보여주는 정신, '하면 된다'



위 사진은 맨박사로 인해 일부 파괴된 우주선 인듀어런스와 연결하기 위해 쿠퍼와 브랜드 박사가 쫓아가는 장면이다. 많은 긴장되는 장면이 있지만, 저 장면이 영화를 통털어 가장 긴장되게 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컴퓨터조차 안될꺼라고 얘기하지만, 그때 쿠퍼가 기가막힌 답변을 한다.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라는 답변이 전제되어지는 질문에 대해, 쿠퍼는 질문을 넘는 대답을 한다. 

"No, it's necessary (아니, 이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야)" 

그렇게 docking을 시도하는 일은 가능/불가능에서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로 바뀐다. 쿠퍼가 너무 멋있었다. 그리고 쿠퍼는 그 일을 멋지게 해낸다. 그 일을 멋지게 해내는 쿠퍼가 또 더 멋있었다. 


살다보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따져보고 하는 많은 일들이 있다. 그런데, 가능, 불가능을 따지다 보면, 어느새 반드시 해야하는 일에 대해서도 가능, 불가능을 따져보게 되곤 한다. '하면 된다'라는 말은 요즘 시대에 많이 퇴색된거 같다. 하면 안되는 일들이 많아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면에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 장면 속에서, 그리고 그것의 전환점이 '필요'라는 인식에서 시작되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영화를 보는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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