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 "신뢰에 대한 질문"
라야는 재작년, 가족들과 함께 재미있게 본 영화이다. 단지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뢰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영화였다. 생각보다 신뢰라는 것에 대해 많은 여운을 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도 물론 재미있다.
신뢰는 단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지속적인 상태이다. 따라서, 신뢰라는 것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용서다. 어떤 사람이 나를 배신하거나 마음에 상처를 줬을 때, 우리의 선택은 두가지이다. 그 사람과 계속 마음을 열고 지내거나, 아니면 마음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런 상처를 받았을 때, 우리는 마음을 닫아버리곤 한다. 마음을 닫아버리는 것이 사실 가장 쉬운 선택이다. 왜냐하면, 다시 상처받을 리스크를 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을 여는 선택을 많이 한다고 해서, 그 리스크가 무뎌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경험할때마다 아픈 상처가 된다. 신뢰라는 것은 어떤 내 마음의 상태를 날 것으로 상대방에게 노출시키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리스크를 지게 될 때, 내 자신이 바보 같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용서하지 않는다면, 신뢰라는 것은 성립이 안된다.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신뢰한다고 말한다면, 그 신뢰는 곧 깨어질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나마리는 마음을 굳게 닫고 있는 캐릭터다. 사실 영화의 발단이 되는 사건도 사실은 마음이 굳게 닫혀있는 나마리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남을 믿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세상의 관점으로 볼때 합리적인 선택이다.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에서 의심하고, 경계하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최소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시수는 순진무구한 캐릭터이다. 남을 무조건 믿는 경향이 있고, 선물을 주면 해결된다라는 식의 단순한 생각을 갖고 있다. 순수하고 선하다고 볼수도 있지만, 세상의 관점에서, 또는 함께 어떤 과업을 성취하기 위해 동료로 선택하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캐릭터이다. 남을 덜컥 믿어버리고 속는 건 사실 굉장히 속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아이와 같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주인공 라야는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신뢰를 함에 있어 겪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뢰하면서 아파한다. 마음을 닫았다가 다시 여는 것을 선택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결정적으로 용서를 선택하면서 신뢰를 선택해 나아간다. 그리고 라야가 보여준 선택은 결국 모두를 연합으로 이끌고 나간다. 그 신뢰의 첫 발걸음, 맨살의 상태로 던져진 그 마음에 대해 모두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라야는 그 발걸음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리더가 되어간다. 모두를 연합으로 이끄는 리더의 덕목은 아마 이런것이 아닐까 싶다. 굳이 한마디로 말하자면, 리더의 덕목은 믿어주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믿어주고 기다리는 것의 어려움을 알기에 우리는 그런 사람을 리더로 부르기가 어렵지 않다.
영화는 다른 디즈니 만화영화처럼 추천할만한 영화이다. 시수와의 첫만남부터 같이 모험을 해나가는 과정, 모험 중에 만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둘도 없는 동지이자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 적이었던 나마리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 모두 스펙타클하고 재미있는 부분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라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부분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추천드릴만한 부분이라 볼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