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 the Deer Aug 30. 2022

FIRE족? 저는 반대합니다.

Intro.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 강렬했다. 마치 레지스탕스가 추구하는 표어 같았고, 뭔가 구 시대에 저항하는 어떤 표어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돈을 절약해서 시드(seed) 머니를 마련하고 투자를 열심히 공부하여 성공적인 투자를 통해 부를 구축하는 것. 그리고 회사에는 사요나라를 선포하고, 유유히 떠나는 것. 마치 영화같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분들이 최근에 매스컴에 많이 등장했다. 유투브에도 나오고 신문에도 나오신다. 노력했던 모습들을 보면, 힘든 순간들을 극복하고 끝내 목표에 도달한 그 스토리와 참 열심히 살아온 모습에 정말 박수가 나온다.


Fire족이 된 분들의 현재 생활은 종종 이렇게 묘사된다.

'돈걱정은 안하죠,' '요즘에는 여유있게 보내요,' '한가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그분들의 경험을 듣고나면 보통 이런 여운이 우리 마음에 남는 거 같다.

'돈 걱정 안해도 되는 이 삶으로 넘어오세요. 남 좋은일 안해도 된답니다.'



보통 Fire족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직장에 대한 회의 또는 의미없이 바쁘기만한 현재의 삶이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나는 그 계기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건설적으로 삶을 이룩해내고 있는 그분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정말 박수를 보낸다. 월급 루팡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의미를 찾아 나서는 그 행동들이 영상에서 보는 Fire족들처럼 결국 더 큰 만족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의 경험에 비추어볼때 Fire족에게 드는 한가지 의문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이다.



Fire족과 백수의 유사한 점, 넘치는 시간



나는 아직 Finanical independence를 이룩하려면  갈길이 멀다. 그러나, 내가 얼추 Fire족 비스무레한 경험을 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백수경험이다.


나는 이직을 하는 과정 중에 백수로 지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길게는 한 5~6개월 정도였고, 자발적/비자발적인 경우들이 섞여있었다. 정말 다행히도, 아내가 돈을 벌고 있었던 터라 (여보,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ㅜㅜ) 정말 감사하게도 백수는 선택이 가능한 옵션이었다. 그 과정 중에 나는 생계를 한시적으로나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백수로 지낸지 4~5개월 정도 지냈을 때에는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했다. 그래서 그때는 걱정이 없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백수가 된지 1~3개월정도 되었을 때이다. 당시에 내가 당면한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시간이었다.

   


남는 시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



1) '아니 남는 시간에 놀면 되지. 뭐가 걱정이지?'


이렇게 말하시는 분들은 분명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다. 

백수란 직업이 없는 것이다. (이직을 할 곳을 정해놓고 쉬는 것은 백수라 할 수 없다! 휴가기간도 백수를 결코 체험할 수 없다! 내가 말하는 것은 진짜 백수를 말하는 것이다.) 백수가 되어보면 한가지 명백해지는 것이 있다.


주변에 놀 사람이 없다.


백수가 되고 깨달았다. 친구들 중에 또는 선후배 중에 노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한창 일할 나이라면, Fire족보다 직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생면부지 모르는 사람들끼리, 일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편하게 논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놀때 편하게 놀아야지, 아이스브레이킹까지 하며 백수들과 어울리려는 백수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부터도 그러지 않았다.)


넘치는 시간 속에 내가 마주한 것은 외로움이었다. 만날 사람도 많지 않는 상태에서 시간이 많다면 외로움을 경험 할 수 밖에 없다. (혼자서 할 수 있는 놀이에는 한계가 있으니 필히 경험할 수 밖에 없다.) 


한 일주일 정도는 외로움을 맛볼만 하다. 그런데 그것이 한달이 넘어간다면, 그것은 고통이며, 충분히 고민할 사항이다. ('내가 뭐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돌림 노래 후렴처럼 계속 찾아올 것이다)


2) '부자 클럽이나 그런 부유층의 모임에 간다. 나는 부자니까.'


가능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필시 막내로 생활하거나, 세대차이를 느껴가며 그 모임에 지낼 수 밖에 없다. 자유를 찾아 나섰는데, 굳이 세대차이가 나는 그리고 생면부지의 사람들의 모임에 나를 속박시키려는 Fire족 사람들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3) '여행 다녀야지 여행'


여행 가는 것도 많아야 3~4번이라고 생각한다. Home이라는 것이 우리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이상 우리는 어디로든지 회귀하려 할 것이다. 모험을 갔다가 결국 기지로 돌아와야한다. 그럼 여행은 결국 이벤트로 끝난다. 계속 여행을 다닐 수 있다면, 아마 그것은 그 사람의 천직이 아닐까? vocation의 발견이라 아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나이가 이제 40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그래서 은퇴라는 단어가 이제는 익숙해지고 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은퇴를 하게 되면 뭐해먹고 살지? 라는 고민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이러한 재정에 대한 고민과 동시에 찾아 오는 고민은 시간이다.

 

나의 수많은 시간을 어떻게 할까?


이것은 파이어족을 초월하는 차원의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나이가 들고 늙어가니까. 내가 브런치북에 쓴것처럼 나의 끝은 유의미한 소풍과 같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램이다. 그래서 고민하게 된다. 내가 맞이 하게 될 은퇴 시즌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내가 왕년에는...'이라는 수식어를 모든 문장에 달고 사는 노년을 보낼 지, 아니면 그저 끝을 기다리며 지루하게 삶의 시간들을 보낼지, 아니면 정말 즐겁게 노년의 주어진 시간들에 감사를 선택하며 즐겁게 살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돈은 당연히 많으면 좋다. 그런데, 시간이 많아지면 당연히 좋은 걸까? 


'노후대비'라는 말이 재정과 관련되어 많이 쓰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간과 관련해서 노후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Outro.


나는 가끔씩 차를 운전하다가 횡단보도에 신호정지를 하고 서있을때, 손을 잡고 길을 건너는 노부부를 보면 마음이 행복해진다. 더 정확히 말하면 희망이 생긴다. 내가 꿈꿔오는 이상을 실현하고 계신 분들을 눈 앞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은 필요한만큼 있으면 된다'라고 한다. 사실 그 경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거보다 더 어려운 말이 있다. 


'시간은 잘 써야한다.' 


이렇게 보면 나의 고민은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더 많이 비중을 할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FIRE족은 돈도 많아지고, 시간도 많아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FI (Financial Independence)는 대환영이다. 그러나 RE (Retire Early)는 공감되지 않는다. 나는 아직 시간이 많아질 준비가 안되어 있다 ^^


아직 고민할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 결정하기 전, 체크리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