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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 the Deer Jul 25. 2022

영화를 보며 나를 본다: 토탈리콜

"정체성을 찾는 과정의 지난함"

토탈리콜 리메이크 버전은 2012년에 출시된 영화다. 개봉 당시 극장가에서 흥행 했던 영화는 아닌 거 같은데 상당히 재미있게 본 영화다. 액션도 볼만하고, 특히 재밌는 부분은 주인공이 점차 본인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면서 각성해나가는 과정이다.


대문 사진 장면은 토탈리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주인공 더그는 기억이 삭제된 상태다. 그러던 중 내가 누구였는지 실마리를 찾게 된 주인공 더그가 가열차게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마지막으로 찾아왔던 시험을 치르는 장면이다. 더그의 유일한 친구였던 해리가 찾아와서 더그의 정체성과 더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모두 부정해버린다. 


"너는 사실 그런 대단한 사람(하우저, 레지스탕스의 리더)이 아니야. 너는 그냥 평범한 일꾼이고, 너의 와이프가 너를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정신 차려 더그! 이 환상에서 깨어나야 해"


옆에서는 그의 연인인 멜리나가 계속 외친다.

"그(해리)의 말을 듣지 마. 그건 사실이 아니야. 너는 하우저야!"


그러다가 멜리나가 흘리는 눈물을 보고, 더그는 마음을 정하고, 자기가 찾던 정체성의 길로 다시 발길을 정한다. 서로 총을 겨누며, 대화하는 이 장면은 정말 이 영화의 백미다. 


이 장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느껴지는 긴장감과 텐션, 그리고 결국 바른 길을 선택하는 주인공의 통쾌한 선택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사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선택의 기로를 묘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안될꺼야 망할꺼야 망했어 (1)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나는 노력해왔고, 자격이 있어. 이번은 잘될꺼야. 나는 잘할 수 있어' (2)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 우리는 익숙하다. 힘든 상황이나, 긴장된 상황에서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이 대화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치열한 대화는 마치 전쟁과도 같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쪽은 우리를 잡아 끌어내리고, 한쪽은 계속 우리를 일어나도록 도와준다. 


한쪽을 선택했는데, 결과가 예상대로 진행되면, 우리에게는 어떤 일정한 믿음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마치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것처럼, 우리 삶에 일정한 기대와 믿음을 형성해버리는 것이다. 믿음-기대 싸이클이라고 하는데, 믿음이 기대를 형성하고, 그 기대를 바탕으로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을 통해 경험을 하게 되고, 경험을 통해 다시 믿음이 형성되게 된다는 것이다.


 공식이 positive 하게 형성된다면, 즉 (2) 번을 계속 선택한다면, 결국 삶의 선순환이 시작된다. 만약 negative 하게 형성된다면, 즉 (1) 번을 계속 선택한다면 삶의 악순환이 형성되게 된다. 간단한 선택인 것 같지만, 마치 숲에 길을 내는 것처럼 이를 통해 결국 더 많은 것들이 드나드는 통로가 된다. 경험하고 더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마음의 선택들은 정말 중요하고 치열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어쩌면 성공으로 가기 위해 우리가 시작해야 할 작아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해리가 말하는 경험에 기초한 사실(fact)을 얘기하는 것과 경험한 적이 없지만 연인이 말해주는 진실(Truth). 그것을 선택하는 주인공 더그의 고민은 우리의 고민을 보여준다. 사실 우리는 모두 경험에 익숙하고, 경험에 기초하여 선택하려고 한다. 진실을 선택하는 것은 때로는 힘겹고 외로운 싸움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의미를 주고 큰 만족을 주는 것이 진실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진실을 향한 용기를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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