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의 재발견 #5_퇴직과 구직

by As the Deer

다음날 아침 출근길.


곧 퇴사할 회사를 향하는 출근길은..뭐랄까 긴장감이 없다.


이제 나는 곧 떠날 몸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넉넉해지고, 초연해지는 것 같다.

곧 떠날테니까, 마무리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 그래. 뭐 별거 있나.


지하철 아침 출근길은 보통 몽롱하다. 몸을 지하철에 맡기면 되니까. 정신을 차릴 필요가 없다. 초연해진 마음과 널럴해진 몸 컨디션에 이런저런 생각의 파도가 덮치기 시작했다.


첫직장에서 처음으로 인정받았던 일, 동기들과 술마시며 성공하자고 외쳤던 밤, 내 명함을 받고 '오 좋은 회사 다니시네요' 라고 연기하던 거래처 사장님..


한숨이 나왔다.


반년사이에 회사를 두군데나 퇴사했다. 벌써 3번째 퇴사.


지하철 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아직 젊어보이는 평범한 직장인 남성.


'괜찮아. 나는 갈 곳이 있을꺼야'


흔들리는 지하철에 몸을 흔들거리며 속으로 되뇌이고 있었다.


하지만, '있을꺼야'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익숙한 마음의 소리가 슬며시 중앙으로 파고 들려왔다.


내가 아닌 나같은 존재가 중얼대듯 말했다.


'그때 그곳을 퇴사하는 게 아니었던거 같은데..'


갑자기 불안함이 엄습했다. 두렵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큰 물음표가 생겼다.


회사를 잘 지원하고 있는건가.


내가 과연 회사를 잘 지원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회사를 지원하는 게 맞는 건지 싶다. '이 회사가 내가 찾던 그 회사!'라는 확신이 자꾸 틀리기 시작하니,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렇치 않고서야 어떻게 3달만에 직장을 그만두겠나.


'동아리도 아니고.'

마음의 둑이 와르르 무너진 듯했다.


순간 너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파도가 밀려왔다.

'니가 하는 일이 그렇지'

'꼴좋다 이 XXXX'

'닥치고 다니지 자유는 무슨 자유냐 너는 이제 XX가 된거야, XX'

'이 XX대학출신아'


정신못차리게 두들겨 맞았다. 이 소리들이 불안과 두려움을 먹고 더 크게 자라난 모양이다. 틀린말은 아니니까. 몸에도 반응이 왔다. 손이 차가워지고, 긴장되었다.


진짜 망한걸까?

불안이 매우 크게 몰려왔다. 이제는 초조해졌다.


1주일 전만해도 퇴사 까짓거 하면 되지였는데, 이젠 아니었다. 그냥 망할때까지 다녀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회사에 도착하니 역시나 어수선했다. 아니, 사실 아무도 없었다. 그냥 내 마음이 어수선할 뿐이었다.


또 한숨이 나왔다.


오전 10시가 넘어가자, 전화기를 붙들고 방을 나오지 못하는 팀장님과 회의실에서 고성을 지르며 싸우고 있는 임원진들을 보며 나는 생각을 굳혔다.


퇴근 무렵, 회사에 퇴사를 말했다.


이튿날부터 구직사이트에서 공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신중해야겠다는 생각과 그래도 지원은 많이 해보자라는 생각이 충돌했다. 약간의 막막함과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일단은 채용공고를 하나씩 클릭해나가기 시작했다.


공고를 계속 보다 보니 눈에 띄게 많은 공고가 보였다.


자원개발.


그래 이거다!


합격한 것도 아닌데 너무 기뻤다! 이거면 나는 역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내 길이다라는 생각이들었다. 뉴스를 찾아보니 정부에서도 이런저런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 같았다. 시대가 밀어주는 사업인 것 같았다.


매일마다 보이는 거의 모든 자원개발 채용공고에 이력서를 집어넣었다. 이력서에는 첫 직장 경력만 넣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직장 퇴사 내역은 차마 적지 않았다.) 2주가 넘도록 연락이 없었는데 마침내 1곳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보러 회사에 갔는데 특이했다. 젊은 친구들과 고령층으로 나뉘어 있었고 중간층이 없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잠시 후 이건 마치 드라마같은 기회라고 생각이 되었다. 완벽한 미드필더가 될 것 같은 느낌. 금융권 인재가 중소기업에 취직해 회사가 성장하는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때 MBTI를 했었어야했다. 상상을 좋아하는 나를 잡아주는 장치가 한두개쯤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결국 네 번째 취업에 성공했다. 아내는 중간계층이 없는 것이 이상하다며 갸우뚱했다. 하지만 나는 단독으로 돋보일 수 있는 기회라며, 무궁한 기회가 있음을 피력했다. 또한 회사의 사장님은 고위공무원 출신이셔서 그 연줄에 따른 많은 가능성이 보인다고 했다. 말하면서도 왠지 느낌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입사를 했고, 시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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