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시간은 잊혀져가고 있다

by yeon

엄마가 요즘 유독 자주 묻는 것들이 있다.

​몇 시인지 와 본인이 이렇게 된 지 얼마나 됐는지 ..

방에 걸려있는 시계 쪽으로 시선을 두려고 노력은 하는데 뇌출혈 이후 위를 올려다보는 게 잘 안된다.

간신히 시선을 시계가 있는 쪽으로 보냈다 하더라도 시력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을 테고 숫자를 읽어내는 인지도 부족해서 스스로 시간을 알 수가 없는 상황

그래서 그런지 시간을 자주 묻는다.

​물어보고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묻기도 한다.

​”왜 이렇게 자주 물어봐 약속 있어?“

​하면 그냥 웃곤 다시 티비를 본다.

그리고 또 자주 묻는 질문

​”엄마 이렇게 된 지 얼마나 됐어?“

​2년 7개월이라고 답해주면

​그렇게 오래됐어? 하곤 금방 슬픈 눈이 된다.

오늘도 시작된 야간뇨 ..

​방금도 화장실에 가서 나오지도 않는 소변을 기다리는데 당신이 이렇게 된 지 얼마나 됐냐고 묻는다.

어디가 아팠는지도 물어본다.

​그러다 병원에 있었던 건 기억나지 않느냐 물으니

기억 안난다고 한다.

병원에서 1년 8개월의 기억도 어제 해준 이야기도 방금 알려준 것들도 잊어버리는 엄마..

새로운 기억들은 자리를 찾지 못하고 사라져버리고

낡은 기억들만 남았지만 그마저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엄마의 시간은 잊혀지고 있고 잃어버리고 있다.


기억을, 자신의 삶의 패턴을 잃은 엄마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난 엄마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추억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데

이 모든 시간들이 엄마에겐 자리 잡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게 서글프고 안쓰럽다.

남아있는 기억을 선택할 수 있다면 부디 행복했던 기억만 남았으면 좋겠다.

발병 후 기억을, 지금 나와 보내는 이 시간을 잊어버린다 해도 아련하게나마 감정만이라도 남길 바란다.

그리고 그 감정은 따뜻함이었으면 좋겠다.

애정 어린 손길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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