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23년 10월 어느 날)

by yeon

23년 10월 어느 날 썼던 글

엄마..


나는 22년 8월 21일 난 살면서 절대 잊지 못하겠지

머리 아프다며 타이레놀을 먹던 엄마를 내가 좀 더 일찍 알아차렸다면 지금과는 좀 달라졌을까..

오바이트를 시작으로 중심도 못 잡고 내 품에 안겨서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던 엄마..

공황장애 같은 건가 했지만 119 대원이 뇌출혈 같으니 가까운 뇌전문 병원으로 가자고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겠더라.

병원 도착해서 CT 찍고 의사가 설명해 주는데 이게 무슨 말일까.. 죽거나 식물인간이거나 치매노인 수준이면 다행이라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물속에 빠진 거처럼 모든 말소리가 멀어지는 거 같은데 엄마를 보니 머리를 밀고 있었어.

그때부터 일상은 무너지고 절벽에서 줄 하나로 버티는 것 같은 상황만 생기더라고..

하필 왜 지방가 있던 날 그랬는지.. 서울 데려 오려고 대학병원 대진을 미친 듯이 다니면서 엄마 의식이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기다렸어.

무뚝뚝한 딸년, 엄마랑 그렇게 싸우지나 말걸..
손잡고 산책 한 번이라도 해볼걸..
사랑한다고 말이라도 해줄걸..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항상 오던 엄마 전화 피곤하다고 빨리 끊지나 말걸..
눈을 뜨는 순간부터 후회와 자책으로 시작하고 숨 쉬는 것조차 밥 먹는 거 조차 하지 못하겠어서 약으로 버티고 매일 같이 기도 했어 살려만 달라고..
감당해 낼 테니 이렇게 후회로만 살아가지 않게 데려가지 말라고, 몇 년만이라도 만회할 수 있게 해달라고.

눈 마주치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손이라도 잡아줄 수 있게, 제발 시간 좀 달라고 매일 같이 울면서 기도 했어. 종교도 없으니 그냥 듣는 누구라도 제발 살려달라고 그랬어.

기도를 누군가 들어줬을까. 엄마는 내 곁에 1년 2개월을 있어주네.

진단서엔 뇌출혈 뇌경색 사지마비 혈관성치매가 찍혀서 나오지만 그래도 의식 돌아오고 이젠 손잡고 걷기도 하고 내 이름도 불러주고 말이야.

오늘 아침에 말이야 소변이 다 새서 상의까지 젖었더라고.
그래서 다 갈고 갈아입혔다? 근데 얼마 안 가서 오랜만에 기저귀에 응가를 하더라고.
그래서 또 갈았지 그 이후 또 소변, 연속 세 번을 갈고 아침밥 먹이는데 침대에 식판다 해두면 화장실 가자는 엄마한테 두 번째 화장실 가는 길에 폭발해서 짜증을 내버리고 말았어.

짜증내니 시무룩한 엄마 보면서 내가 왜 그랬을까 또 자책하는 못난 딸 용서해 줘.

화요일에 나는 집에 간다고 하니 아기 같은 놀란 표정으로 그럼 또 언제 와? 하는데 이렇게 짜증 내는 딸인데 있는 게 나아?라고 물으니
엄마가 "그래도 네가 있어야지 하더라" 마음이 찢어질 거 같아서 잠깐 나가서 울다 왔어.

그렇게 후회를 해놓고 왜 또 못난 짓을 하고 있었을까..

근데 엄마 나 요즘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알아? ] 나는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차라리 내가 손을 놓아버릴 수 있게 폭력성이라도 보이면 좀 속이 편했을까.. 나 오면 방긋 웃는 아기가 된 엄마를 내가 어디까지 보듬고 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자꾸 들어서 너무 무서워.

내가 변할까 봐, 내가 힘들다고 엄마를 등한시할까 봐.

주말 간병, 1:1 간병비, 온갖 신청해야 할 것들에 엄마 집 케어, 회사, 그 모든 게 좀 힘겨워지고 있나 봐.

어느 집이나 그렇듯 하는 자식만 한다고 혼자서 하고 있으니 좀 열받기도 하고 버겁기도 하고 그래.

그래도 해보는데 까진 해보자라고 생각하고 있어.

나중에 엄마 소풍 끝나면 내 손으로 보내드리고 엄마 사진 앞에서 조금이라도 덜 후회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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