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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변비

by yeon

나는 글 잘 쓰는 사람이 부러웠다. 책을 읽거나 브런치 스토리를 보거나 할 때 어쩜 이리 내가 느낀 감정을 딱 꼬집어 표현했는지, 어쩜 이런 아름다운 문장으로 나를 위로하는지 감탄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런 선명한 언어를 찾고 싶었다.


내 안에서 일렁이는 이 감정들이 소화시키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기만 하니 공황도, 불안증도 커지는 것 같아 이 모든 걸 다 표현해 내고 쏟아내면 조금은 후련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키보드만 잡으면 모르겠다. 머릿속에 가슴속에 내 안에 곳곳에 남은 불안하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한 감정 찌꺼기들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막말로 똥 싸듯이 이 감정들을 쏟아내고 싶었다.

감정들을 쏟아내질 못하니 감정 변비에 걸린 듯 가슴이 답답하다.

모르면 남지 않고, 쓰지 않으면 퇴보하는 어휘력

​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표지에 적혀있던 문구인데 정말 정답 같다.


책을 읽어도 모른 채 넘어가기도 했고 요즘은 말조차 잘하지 못하는 엄마와 둘이서만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니 어휘력이 점점 더 퇴보하는 것 같다.


그래서 블로그를 써보기도 했고 필사책을 사서 필사도 해보고 브런치 스토리에 글도 적어본다.


나름 감정을 배출하려고 한 번씩 글을 올리는데 내가 썼지만 참 엉망이다 싶다.


자꾸자꾸 쓰다 보면 내 감정변비를 해결해 줄 언어를 만날 수 있을까?


감정을 분리수거해서 잘 소화하고 찌꺼기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면 지금처럼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들은 잦아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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