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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무기력증 자기혐오

by yeon

이제 만연한 봄이 왔다. 아파트 단지에 개나리들도 피기 시작하고 목련도 꽃망울이 피고 있다. 아파트 정자엔 삼삼오오 어르신들이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고 운동하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진 듯하다.

봄햇볕은 약간 따가운 듯 포근하고 불러오는 바람이 이제 춥지 않은 계절이 왔다.


그런데 내 마음은 날씨가 화창 할수록 더 어두운 시궁창으로 빠지는 것 같다. 어디 여행도 갈 수 없고 좁아터진 8평짜리 임대 아파트에서 하루 종일 누워있는 엄마 케어만 해야 하니 괜히 날씨에 시샘이 난다.

날씨가 풀려도 내상황은 변함없다. 꽃놀이를 갈 수도 피크닉을 갈 수도 없는 처지


엄마는 이제 기저귀는 떼고 대소변은 화장실 가서 보는데 혼자 일어날 수도 화장실까지 갈 수도 없으니 24시간 붙어있어야 한다. 외출은 매일 하긴 한다. 월수금 엄마 재활통원치료, 화목토 요양보호사 선생님 오셔서 3시간 엄마를 봐주시는데, 그때 나는 내 집으로 가서 쉬다 오거나 커피숍 가서 책보거나 브런치 스토리 글을 쓰거나..


하루 종일 삼시세끼 밥 차리고 치우고 화장실 케어하고 씻기다 보면 그냥 그렇게 하루가 간다.


계절은 바뀌고 시간은 흐르고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묵묵히 걷고 있는 것 같은데 혼자 멈춰있다는 조급함.


그리고 찾아온 무기력함. 모든 것을 끝내고 싶지만 그럴 용기는 없고 상황은 바꿔야 하는데 바꿀 의욕도 방법도 모르겠는 나는 자기혐오에 빠진다.


예전에 보호자들 대상으로 비대면 심리상담을 했었는데 참여할 기회가 돼서 5회 상담을 받았었다. 그때 상담사가 나에게 첫 번째로 준 미션은 운동하기였는데 잠깐 하다가 어느샌가부터 또 소흘해지고 있다.

하루 종일 뭔가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하는데 생산적인 건 정작 없으니 나 자신이 한심하게만 느껴지는 중


어디서부터 뭘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하자니 현재 상황이 제약이 많다는 핑계만 가득이다.


미용실도 못 간 지 오래라 머리도 엉망이고 옷은 언제 샀었는지도 모르겠다. 거울을 보면 언제 이렇게 엉망이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스스로 초라해 보이기만 한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바뀌길 바라는 건 정신병이라던 글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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