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혼자서 간병하는 독박간병 중이지만 나에게도 자유 주 3회 자유시간이 있다.(퇴사 후 엄마를 보고 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오시는 날 3시간뿐이지만 잠시나마 자유시간이 된다.
요양 보호사 선생님이 오신 지 벌써 7~8개월째인데 아직도 엄마는 내가 나갔다 오면 방긋 웃으면서 반가워해준다.
병원에서 개인 간병인을 고용했을 때도 그랬다. 매주 주말 면회나 1박 2일 간병을 들어가면 볼 때마다 아이처럼 방긋 웃으면서 반가워해줬다. 주말에 병원에서 간병을 하다가 집에 간다라고 말하면 또 언제 오냐며 금세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곤 했다.
작년 10월 경련이 또 크게 한번 왔었다. 집에 있다가 오전에 1차로 경련이 왔고 잦아들긴 했지만 이후 심상치 않더니 오후에 2차 경련이 와서 근처 병원 응급실로 갔던 적이 있다. 엄마는 병원 가는 내내 경련이 왔고 응급실 도착해 링거 주사투여 후 잦아들고 이내 잠이 들었다. CT, MTI를 찍고 결국은 중환자실로 입원했었다.
검사를 진행하고 입원 수속을 하는 동안 깨어나지 않던 엄마가 중환자실 도착하니 살짝 잠에서 깨어났다.
"엄마, 여기 병원이야. 중환자실이라서 나는 이제 못 있어. 내일 면회 올 테니깐 잠 푹 자고 있어 알았지?"
상황설명을 대충 해줬지만 당연히 기억하지 못할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설명은 해줬다. 약에 취해 비몽사몽 눈도 잘 뜨지 못하는 엄마를 두고 저녁이 한참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와 엄마의 빈자리를 보며 그렇게 울었다.
인지가 좋지 못한 엄마. 새로운 기억 생성이 되지 않는 엄마. 나만 찾는 엄마..
또 아기 같은 얼굴로 날 찾아댈 모습이 눈에 그려져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다행히 병원은 매일 30분의 면회가 가능했다. 면회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해 앞에서 대기를 하다가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엄마에게 가니 아니나 다를까 어디 갔었냐며 서럽게 운다.
아직은 약에 취해있는 듯 눈은 반 감겼지만 그래도 알아봐 주니 다행이다 싶다. 점심밥이 나와있어 먹여주니 몇수저 씹어 넘기기도 했다.
이만하면 됐다 싶었다. 처음 경련 때 연하장애가 오고 섬망도 왔던지라 그게 제일 걱정이었는데 일단 밥은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먹긴 하니 다행이다 싶었다.
밥 먹으면서 역시 네가 있어야 해 하는 엄마..
다음 날 면회를 갔는데 전날 보단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런데 또 어디 갔었냐는 엄마..
환자식이 좀 퍽퍽해 보여 죽집에서 소분한 죽을 사다 줬었는데 그마저도 얼마 먹지 못했다는 간호사의 말.
죽을 데워와 내가 먹여주니 그래도 곧잘 먹는다. 아마도 시간이 촉박한 간호사들은 몇 수저 주고 안 먹으면 그대로 그냥 상을 치우지 않았을까 싶다. 수액이 들어가고 있긴 했지만 입으로 먹어야 기운이 나는데 싶어 내심 화가 좀 치밀었다.
매일 같이 찾아갔는데 갈 때마다 여긴 어디냐는 엄마를 두고 나오자니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다가 나를 찾을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시큰해져 견디기가 힘들었다.
계속 귓가에 맴도는 역시 네가 있어야 라는 말..
가끔 너무 힘들어 도망가고 싶다가도 티 없이 맑은 얼굴로 나를 찾는 엄마의 얼굴을 모르는 척할 수가 없다. 그렇게 짜증을 내도, 한 번씩 모진 말을 내뱉어도 그래도 내가 있어야 한다는 엄마를 어찌 모르는 척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고 나도 일을 쉴 수는 없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도 선택지로 생각은 했지만 아직은 좀 더 내 품에서 돌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