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18
‘기록하면 인생의 방향이 보인다’고 말하는 이 책은 국내 1호 기록학자가 쓴 책이다. 나도 무언가 계속 기록하고는 있지만 막상 남는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어떻게 기록해야 잘 기록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 누구나 무엇인가를 보고 듣고 읽게 된다. 하지만 우린 그것을 모두 온전히 흡수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이게 피와 살이 되려면 ‘순간의 생각’을 기록해야 한다.
나는 글을 다루고 편집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늘 인풋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책에서 말하는 순간의 생각들을 그대로 놓쳐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책이나 기사, 영화 등을 보고 기록해 두길 좋아했는데 어느샌가 그 순간을 놓치게 된 것 같다. 그저 메모하기에 급급해서 결국 메모는 기록이 되지 못한 채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그러다 작년에 문득 일기를 쓰고 싶어 져 8월에 만년 일기장을 사 온 적이 있다. 그런데 딱 두 페이지를 쓰고 2023년이 끝나버렸다. 물론 매일 쓰자고 다짐한 건 아니었지만 기억에 남는 하루나 일들이 이렇게 없었나 싶어서 연말엔 약간 현타가 오기도 했다. 내 일상이 정말로 의미 없었던 건 당연히 아닐 테고, 그저 제대로 기록하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이 책에선 순간의 생각을 '누적'하고 '자기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자기화는 나에게 중요한 장면만 선별, 축약해서 정리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기록을 놓치지 말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 지난주엔 우리 팀과 2023 하반기를 회고하는 자리가 있었다. 나는 올해 목표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싶다고 했는데, 사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계속 고민 중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느 정도 방향성이 잡히는 것 같다.
내가 올해 한 일들과 읽고 본 것들, 그리고 어떤 점이 좋았고 아쉬웠는지,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등을 틈틈이 기록해 볼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니 당장 이번 주 일들부터 실천에 옮겨봐야지. 물론 새해인 만큼 일기도 다시 열심히 써 볼 작정이다. 비록 작년은 두 페이지로 갈무리됐지만, 올해는 더 밀도 높은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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