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 <아무튼, 언니> ㅣ
이 나라는 아직까지 여성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운으로 치부한다. 남자를 잘못 만나서, 하필 그 길을 지나서, 왜 그 옷을 입어서, 여성들이 피해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치밀하게 짜 놓고도 피해 여성 개인의 운이나 노력만을 물고 늘어진다. 그렇다면 나는 이에 대항하여 모든 여성이 억세게 운이 좋기를 바란다. 사회가 운을 따진다면, 여성들의 운이 겁나게 좋으면 해결될 일이다. 여성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스러진 수도 없다. 그러니 이제 여성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잘 먹고 잘 살며 운까지 좋을 차례가 아닌가. 지금껏 남성들은 운이 너무 좋았다. 자신에게 감정 이입하여 죄인이 되지 않도록 힘써줬던 사법기관 구성원을 만났고, 무조건적으로 관대한 각종 인사계 직원들이 있었으며, 무슨 일이든 남자에게 마이크를 넘겨주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주는 그달만의 카르텔은 철옹성보다 단단했다. 이제는 여성들이 운이 좋을 차례다. 여성들의 운수 좋은 사회를 위해 나 또한 진심으로 노력할 것이다. 나를 억세게 운 좋은 동생으로 만들어준 언니들의 노력과 희생을 떠올리면서. 어디선가 홀로 울고 있을지 모를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완전히 돌아버려야만 똑바로 설 수 있는 팽이와 같은 세상에서 성실과 진심의 가치 따위, 씨알도 안 먹힐지 모른다. 이렇게 살아질 바엔 그냥 사라지는 게 낫다는 생각이 치밀어 오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 쓰러지지 말자. 우리가 맞잡은 손이 끝없이 이어져 언젠가는 기쁨의 원을 그릴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의 운이 되어주자. 세상이 심어준 혐오와 수치 대신 서로의 용기를 양분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갈 우리는 설렁탕을 먹지 않아도 충분히 운수 좋은 날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