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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작 Feb 10. 2021

당신의 책이 베스트셀러는 아닐지라도

이주윤,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ㅣ

제목이 한 번에 꽂히지 않을지라도, 카피가 민망할지라도, 표지가 말도 못 하게 촌스러울지라도, 편견 없이 일단은 펼쳐보겠다. 왜냐하면 그건 책의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까.
...
도서관에 자주 들러서 최대한 많은 책을 펼쳤다 덮었다 반복하다 보면은 나와 주파수가 맞는 책을 발견할 수 있겠지. 그렇게 만난 책을 서점에서 한 권 사는 일도 잊지 않겠다. 당신의 책이 베스트셀러는 아닐지라도 나에게는 의미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주었으면 하는 나의 바람을, 저자가 알아채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다.


- 이주윤,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오늘의 희망 >


인도에서 같이 자원봉사를 했던 친구에게 거의 일 년(혹은 더 된 건가?) 만에 연락이 왔다. 생전 가도 연락 한 번 없는 내게 주기적으로 전화를 걸고, 안부를 묻고, 나의 삶을 기억해 주는 고마운 친구다. 나는 이 친구의 전화를 항상, "미안해. 내가 연락하려고 했는데... (진심이다!)"로 시작한다.ㅠㅠ

암튼, 이 고마운 친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출간 소식도 알렸다. 친구는 매우 기뻐해 주며 물었다.

"책 잘 팔려? "

나는 애매하게 웃으며 대답 대신 일화를 들려줬다.


"서울 국제도서전 북 토크를 마치고 출판사 대표님이랑 밥을 먹는데, 대표님이 이러시더라. 이 책은 시기를 따지는 책은 아니니, 처음에 판매량이 안 나와도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그래서 내가 잘 안 팔린다는 말씀이군요. 하니 그저 하하하 웃으시더라. "

그때처럼 친구도 나도 그저 하하하 웃었다.


당시에도, 지금도 판매량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른다. 정산은 (아마도) 분기별로 되고, 그때 대략 알게 되겠지만. 그래도 잘 안 팔린다는 것은 알고 있다. 무명작가의 코로나 시대의 인터뷰 글쓰기 책이니!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한다. 그리고 내게 다른 밥벌이가 있음에 감사한다.


오후에는 오랜만에 동네 도서관에 갔다. 예약 도서를 찾기 위해서다. 신간 코너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사서들이 와서 반짝반짝 정말 탐스러운 새 책들을 꽂고 있었다. 꼭 보고 싶었던 소설책도, 인터뷰 집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행운에 너무 들떠 책을 품고, 다른 책은 찾고 있었다. 그리고 제목이 정말 꽂히는 이 책이 눈에 쏙 들어왔다.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집으로 와 읽고 싶었던 책은 두고,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얇고 잘 읽혀 한 시간 만에 킬킬 거리며 다 읽었다. 리듬감 있고 솔직한 문장 (책 속 표현 그대로 '똥 싸는' 느낌의 글쓰기)에 빨려 들어간다. 그렇지만 가장 매료되는 건 솔직한 제목 그 자체다.


그래. 나도 팔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 '계속 쓰는 삶'을 위해서.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계속 쓰는 삶이 좋다. 이렇게 저렇게 궁리하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이 모든 행위가 즐겁다. 잘 팔리면 아마 더 즐거울 것이다. 그러니 즐거운 삶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이 삶을 위해. 그래! 팔리는 작가가 되어보는 거야.


나에게 전화를 해준 인도에서 만난 친구는 내게 말했다.

"지금부터 매년 1권씩 내면 60이 되면 20권이고, 그럼 중견 작가가 되어 있지 않겠어?"

역시나 정말, 고마운 친구다.



추신 :

보라 도서관 자료 검색에서 내 책도 찾아봤다. 듀이의 십진 분류의 원칙에 따라 번호를 부여받아, 얌전히 꽂혀 있다. 이름 순서상 은유 작가의 글쓰기 책과 인접해 있다. 영광이다.

나는 그 책을 꺼내서 한번 쓰다듬어 주고 다시 꽂았다. 이주윤 작가의 말처럼, 모르는 누군가에게 다가가 의미 있는 책이 되면 참 좋겠다.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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