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을 판매하는 전략
과정을 드러내는 것, 모베러웍스가 브랜딩하는 방식 아닌가요? 어쩌면 이 책은 모베러웍스의 성공방정식을 짚어주는 책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프로세스가 이코노미로 적용되는 방식을 모베러웍스의 사례를 통해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처럼 사람도 물건도 쉽게 묻혀버리는 세상에서는 완성품이 아닌 ‘과정’을 판매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프로세스 이코노미’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p.6)
과정을 드러내야 하는 이유는 더 이상 제품의 ‘기능’으로는 어필하기 힘든 시대가 왔기 때문입니다. 기능은 상향평준화가 된 시대가 됐습니다.
이제 바야흐로 브랜딩의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스몰브랜드의 경우 스토리텔링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희소성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프로세스(과정)’는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 크리에이터의 고유한 가치관을 끝까지 쫓는 모습이나 난관을 극복하며 마침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드라마 같은 스토리는 오직 그 순간에만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p. 6)
이처럼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작가 오바라 가즈히로는 프로세스(과정)를 드러냄으로써 흉내낼 수 없는 브랜딩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모빌스그룹(모베러웍스)이 폴인에 쓴 칼럼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들은 로고 등의 결과물을 통해서만 브랜딩하기를 거부했죠.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고유한’ 자신을 드러내려고 했습니다.
✅ 관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브랜딩이었다. 근사하게 외모를 꾸미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교감하는 관계가 되는 것. 우리에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란 로고가 아니었다. 로고란 때론 아무 쓸모없는 것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란 캐릭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었다. (모빌스그룹)
프로세스 이코노미라고 해서 단순히 상품의 제작 과정만 공개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세스를 공개할 때는 내 안에 있는 ‘왜(Why)’, 즉 이 일을 하는 이유와 철학, 그리고 가치관을 남김 없이 드러내야 한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p. 117)
모베러웍스가 성공하고 나서 모베러웍스처럼 과정을 드러냈지만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프로세스 가운데 드러나야 하는 한 가지 핵심은 Why, 즉 메시지입니다. 메시지가 드러나지 않으면 브랜드의 찐팬이 생기기 쉽지 않습니다.
고객들이 전문적인 기술이나 작품의 우열을 판가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철학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새로운 고객과 팬을 확보하기 위해서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활용할 때 반드시 ‘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p. 122)
모베러웍스가 성공한 이유도 이처럼 메시지를 팔았기 때문입니다. 모베러웍스는 회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노동자, 프리워커스(Free Workers) 콘셉을 주장했습니다. MZ세대가 가지는 일에 대한 의문을 응집시킨 것이죠.
특히 최근 극장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이런 문제의식을 지속해서 보여줍니다. 브랜드를 유지할 최소비용만 벌고 그 외에는 ‘이기적으로’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그 재밌는 일이 이번에는 극장인 것이죠.
이러한 스토리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어하는 MZ세대의 마음을 관통합니다. 극장을 향한 Why를 듣게 되니 저도 공감하게 되고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의 모베러웍스를 더 기대하며 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무엇’에 돈을 쓰지 않습니다. 그들은 ‘왜’에 지갑을 엽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p.132)
이렇게 과정을 드러내며 스토리에 담긴 Why를 드러내면 브랜드에 찐팬이 생기게 됩니다. 저는 사실 찐팬이라는 단어를 처음 이해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만큼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보니 찐팬이 생기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더라고요.
세계는 서서히 풍요로워지고 있어서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한 나라도 점점 줄고 있다. 하지만 식량 문제가 사라진 자리를 내적인 문제가 차지했다. ‘나는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고 살아가는가?’라는 막막한 불안감과 고민은 오히려 깊어졌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도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브랜드를 찾아다니는 이유 중 하나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p.43)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의미를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드로우앤드류님 영상에 김경일 교수님이 나오셔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MZ세대는 고생은 덜했을지 몰라도 그 누구보다 고민이 많은 세대라고 하셨습니다.
그만큼 지금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대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된 만큼 앞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아진 것이죠. 그래서 MBTI 같은 심리 테스트가 유행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은 누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죠.
이러한 고민 가운데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모베러웍스를 통해서도 일에 대한 의문을 함께 공유하고 기존의 일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결국 모베러웍스는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우리는 ‘어떤 걸 만들어서 보여줄까?’ 보다 '어떻게 하면 같이 재미있게 놀까?'를 생각한다. 혼자서 풀리지 않는 아이디어도 같이 수다 떨며 깔깔대다 보면 풀리기 때문이다. 한 인터뷰에서 팬들이 우리 브랜드에 대해 어떻게 느꼈으면 좋겠는지 질문받은 적이 있다. 우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퍼블리, 모베러웍스 인터뷰)
✅ 지금 시대에는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의 소속 욕구를 채워주고 인생의 지혜를 공유하는 역할이 상품의 품질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해졌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p.46)
지금까지 프로세스(과정)를 드러내면 브랜드의 성장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나눠봤습니다. 마지막은 브랜드의 프로세스(과정)를 드러내는 것이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주는 유익함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저는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적이 많지 않습니다. 그 많지 않은 경험 중에서 상대방이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준 경험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브랜드가 성장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것을 응원해주는 팬분들을 만나게 되는 경험은 정말 큰 의미가 됩니다. 브랜드를 키워나가면서 겪는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얻게 되는 것이죠.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발상과 가치관이 자리 잡으면 기업과 사회, 그리고 개인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이제는 골인 지점을 정해놓고 장애물을 하나씩 넘는 방식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 매일 걷고 있는 것 자체에 기쁨을 느끼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발상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살 수 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p.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