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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Jan 04. 2021

세차장에서

   나는 자동차를 아껴서 쓰는 편이다. 흠집이 생기지 않게 하고 조금이라도 흠집이 생기면 공장에서 수리를 한다. 세차도 자주 하는 편이다. 전원주택에 살 때는 집에서 세차를 했지만, 지금은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세차장에서 세차를 한다. 

  세차장도 여러 종류가 있다. 동전을 넣고 하는 세차장이 있다. 동전을 넣고 나면 물이 나온다. 세차솔로 차를 닦고 물을 뿌린다. 이런 세차장은 요령이 없으면 안 된다. 세차 후에 물기가 마르면 안 닦인 부분이 허옇게 보인다. 이보다 고급 세차장도 있다. 세차를 맡기면 홀딩도어를 닫고 손으로 닦고 광택을 낸다. 내부 세차도 의자까지 들어내고 묵은 먼지까지 털어낸다. 그리곤 구석구석 왁스를 바른다. 이런 세차는 큰마음을 먹어야 할 수 있다.     


  가장 가성비가 좋은 세차는 세차기계로 하는 자동 세차다. 세차기는 주유소에 많이 설치되어 있다. 내가 단골로 이용하는 곳은 동네에 있는 농협주유소이다. 가격이 더 싼 곳도 있지만 품질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또 다른 이유는 농협조합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름을 넣으면 자동 세차를 하기가 좋다.  

  처음에는 일정 금액을 넣으면 공짜로 세차를 해 주었다. 그런데 금년 7월부터는 환경부담금을 받는다. 환경부담금은 7만 원어치를 넣으면 1천원이고, 5만 원에서 6만 원은 2천원을, 3~4만 원은 3천원만 내면 세차를 할 수 있는 할인권을 받는다. 주유를 하지 않고 세차만 할 경우에는 5천 원이다. 내 차는 기름을 가득 넣어도 5만원어치 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럴 때 세차를 하면 2천원을 내라고 말하는 직원이 있고, 어떤 직원은 1천원만 주어도 아무 말 없이 세차를 해 주는 직원도 있다. 며칠 전에는 세차 5만원 할인권을 주었더니 2천원을 더 달라고 한다. 그래서 세차 5만원 할인권 두 장을 주고 1천 원을 주었다. 


   주유를 하러 갔다. 차에는 세차 할인권이 한 장 밖에 없었다. 기름을 넣으면 1장이 더 생기기는 한다. 그런데 내가 다니는 길에 요즘 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 먼지가 날리지 않게 살수차로 물을 뿌리는 바람에 세차를 해도 며칠 못가서 금방 더러워진다. 때문에 세차권이 여유가 없다.     

  세차를 하기 위해 세차장으로 들어갔다. 직원에게 5만원 주유 세차권을 주니 2천원을 내라고 한다. 7만 원을 넣어야 1천 원인데, 5만 원이니까 2천 원이라는 것이다. 

  “며칠 전에 5만 원 권 두 장을 주지 않았어요?”

  “그래요”

  “그러면 이번에는 한 장만 주어도 되지 않아요?”

  “안 됩니다. 2천 원 주셔야 합니다.”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답답했다. 

  “지금 내가 5만원 주유를 하고 체크카드로 5만 원을 결재했는데, 이걸 취소하고, 2만원 결재와 3만 원으로 나눠서 결재하고 2만 원 세차권을 드릴 게요.” 


  직원은 “차를 빼고 하세요”라고 말하더니, 뒤이어 “세차를 하세요”라고 말을 바꾼다. 세차를 했지만 왠지 모를 답답함이 올라온다.  

  전에도 편리상 그렇게 해 왔던 일이다. 그런데도 처음 온 사람에게 대하듯 하는 게 불편했다. 

  다른 직원들에게서는 이런 일이 없었다. 왜 이 직원만 그럴까? 그는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착각하는 건 아닐까? 아니, 자신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자각하는 건 아닐지싶다. 그렇다면 그는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 

  세차장은 작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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