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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Jan 05. 2021

인생 터미널(Life terminal)

  터미널하면 버스터미널이 생각납니다. 도보나, 시내버스, 지하철을 타고 가서 고속버스터미널이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목적지에 가는 곳입니다.  

   

 먼 곳으로 여행을 할 때는 준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무 준비 없이 여행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준비를 해서 갔어도 여행지에 도착하면,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 나옵니다. 그럴 때는 당황하고 잘 챙기지 못한 자신을 자책(自責)합니다. 사소한 물건이 없을 때는 현지에서 살 수도 있지만, 살 수 없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혼자 여행하기를 즐깁니다. 혼자 여행을 하면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하며 생각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나를 유익하게 해줍니다. 요즘은 그런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직장을 다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지난 2월에 3일간의 시간이 있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집콕, 방콕 했습니다. 아쉬웠습니다.   


  2014년에 자전거로 전국을 여행할 때도 처음에는 준비가 없이 여행을 하여 고생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여행 필수품을 만들었습니다. 읽고 싶은 ‘책‘과 기록할 ‘노트북‘과 ‘트래블 쿠커‘(travel cooker)입니다. 책을 읽고, 느끼거나 생각한 것을 노트북으로 기록합니다. 기록을 하면서 음악을 들을 때도 있습니다.

 트래블 쿠커는 간단한 식사를 준비해줄 도구입니다. 아침식사는 숙소에서 트래블 쿠커로 해결합니다. 물을 붓고 가져온 누룽지를 넣고 끓이면 됩니다. 간편합니다. 누룽지 끓인 밥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끊여주던 맛이 느낄 수 있습니다. 부드럽고 구수합니다.

  평소에는 누룽지 밥을 먹을 일이 많지 않지만, 여행에서는 간편해서 좋고, 속을 편하게 해주어 좋습니다. 반찬이 없어도 잘 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침식사로 좋습니다.   

   

  자전거 여행을 할 때 터미널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자전거 길을 따라 국토종주를 하다 보면, 자전거 길을 바꿀 때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다른 자전거 길로 이동합니다.  

  인생에서도 터미널을 이용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다가 직장에 취직하게 되거나, 혼자 살다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미거나, 직장을 다니다가 은퇴한 뒤에 삶이 그렇습니다. 여행을 할 때처럼 인생의 터미널에서 삶을 바꿀 때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행을 할 때 꼭 챙겨가는 책(정신도구), 노트북(생각도구), 트러블쿠커(양식도구)와 같이, 인생의 터미널에도 꼭 챙겨야 할 것을 준비해봅니다.     


  첫 번째는 ‘나의 꿈‘입니다. 젊을 때하지 못했던 다시 꿈을 꿔봅니다. 인생 후반기는 자유롭게 꿈을 꾸고 싶습니다. 교육을 시켜야 할 자녀가 있는 것도, 부양하지 않으면 안 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기 때문에 젊어서 이루지 못했던 ’나의 꿈’을 다시 꿈꿔봅니다. 꿈은 목표입니다. 젊어서는 여행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매일 여행만 하는 것이 일상이라면 지루할 것 같습니다. 여행이 비(非)일상일 때, 여행이 즐겁습니다. 

 노후에는 자유롭지만 매일 자유롭게 놀고 지낸다면 지루할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겁니다. 작은 일 하나하나에 목표를 세웁니다. 그 목표는 ‘글을 쓰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매일같이 나만의 작은 연구실에 출근하겠습니다. 

 ‘글을 쓰고, 글이 모이면 책을 만듭니다.’ 나에게는 어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믿습니다. 내면의 내가 결정한 일을 나는 존중합니다. 인생 2막은 자유롭게 꿈꾸며, 꿈을 새기며, 꿈을 이루며 살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가치를 만드는 삶을 살아가야겠습니다. 가치를 만드는 삶을 살려면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와 혁신하고 봉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것이 나 자신에게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때는 더 늙어질 것 같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창조하고자하는 사람은 늙어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가치를 높이는 일에 더욱 정진해합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96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뭐냐는 질문에 “65세에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이다.”라고 했다. 왜 그러셨느냐고 묻자,

 “퇴직 후 얼마 못 살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30년 넘게 살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멋진 꿈과 목표를 세웠을 텐데.”* 라고 말했습니다.   


 공부는 최고의 유희이고 놀이입니다. 제일 이익이 되는 장사입니다. 자연스럽게 자기자신의 가치향상도 됩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다 해결된 다음에는 늘 지적 유희를 즐겼다. 글을 읽고 글을 쓰고 여러 가지 창작 활동에 몰입했다. 그리스 귀족을 보라. 결국 가장 재미있는 것은 지적 유희, 즉 공부다. 창의력으로 설득력 있는 자기만의 주장과 이론을 만들어내는 너무나 즐거운 놀이, 이것이 곧 학문이다.” **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내려질 독약이 준비되는 동안에 피리로 음악 한 소절을 배워서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노릇이에요?" 이렇게 말하자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기 전에 음악 한 소절은 배우지 않겠는가?" 라고 말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배우고 싶습니다.       

  

  세 번째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삽니다. 나 자신이 먼저 사람을 찾아가야 겠습니다.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외로워집니다. 사랑도 능력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대접받으려고 하면 점점 더 외로워질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능력을 갈고 닦아야 겠습니다. 

 더 나이가 들면 아들, 딸과 가까운 곳에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원로 정신과 의사 이근후박사는 4층 건물에서 아들, 딸과 함께 삽니다. 그런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쓴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1980년대에  출간된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에 미래의 가족에 대해 나온다. 이 책에서 토플러는 "미래 사회에는 대가족이 한 지붕 아래 산다고 예측했다.” *** 

  

 한 지붕이 아니라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까이 있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아버지라고 칭송하는 미국의 사상가 랄프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과 친구로 지냈던, 《월든》, 《시민불복종》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랑은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성립한다.”  


  저 자신도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이 되어 사랑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인생의 터미널에서 버스가 출발한 시간입니다. 

 성숙한 인생이 되기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꾸준히 배우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겠습니다,  

                             

참고문헌

* 이성동, 김승희, 《인생 후반, 어디서 뭐하며 어떻게 살지?》, 72p, (좋은 책만들기, 2017)

** 김주원, 《회복탄력성》, 128p, (위즈덤하우스, 2011).

*** 이근후,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37p, (갤리온,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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