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 자서전 Jan 14. 2021

가장 좋은 친구와의 말다툼

   일요일이다. 아침 6시에 잠에서 깼다.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가니, 식탁에서 아내가 식사한다. 왜 이렇게 일찍 식사하냐고 말했더니 7시 예배를 드리고 출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도 오늘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평택 굿모닝 병원에 가야 한다. 승용차가 두 대 있다가 한 대를 처남에게 주고 나니 가끔 불편할 때가 있다. 아내는 걸어서 출근하고, 나는 킥보드를 타고 다닌다. 손주와 놀라고 사위가 사준 ‘마이크로 킥보드’를 타고 다니다가, 전동킥보드를 샀다. 전동킥보드는 수동킥보드보다 속도 조절, 브레이크 조작, 핸들 조작을 잘 해야 한다. 속도가 빨라서 도로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작은 돌이나 도로의 틈에 바퀴가 끼면 넘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몸의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까운 거리는 도보나 킥보드로 갈 수 있지만, 안중에서 평택을 가려면 승용차가 있어야 한다. 코로나가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나이 든 사람은 코로나에 취약하다고 하니 승용차를 선호하게 된다.      


  교회에 간 아내가 안 온다. 아내가 오면 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안 온다. 전화했는데 신호가 울리는 데도 받지 않는다. 잠시 후에 전화가 왔다. 출근 시간이 늦었으니 집 앞으로 나오라고 하면서 자기를 직장까지 태워달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께 예배시간을 조금 일찍 끝내달라고 말해 봐요.“ 

  “예배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일찍 끝내달라고 말을 해요?” 

   라고 하는 말이 화가 난 사람처럼 말끝이 올라간다. 

  “당신도 마음에 상처가 많아서 그렇게 날카롭게 말하는 거 같아요.” 

  “그래요. 당신에게 받은 상처가 많아요.”

  “그래도 그렇게 날카로운 말을 하면 할수록 그 말이 마음의 상처를 더 아프게 해요. 내가 예배를 일찍 끝내달라고 하면, ‘오늘 한 번 늦었으니 다음에도 늦으면 얘기할게요.’라고 하면 좋잖아요.“ 

  아내는 왜 아침에 교회에 다녀와서 화가 났는지 모르겠다. 젊었을 때 아내에게 준 ‘상처’가 있나 보다. 그때는 내가 강퍅했었나 보다. 아내와 다투기도 했었고, 아내의 마음을 몰라줄 때가 많았다. 아내가 말한다. 

  “그런 나를 보면 나도 기도를 합니다. 나의 이런 모습이 치유되게 해달라고요.” 

  아내도 나도 늙어가면서 이렇게 다투지 않고 살고 싶다.     


  가족치료사인 존 브래드쇼(John Bradshaw)는 자신의 저서 《가족》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부는 각자 원가족의 규칙을 가지고 있는데, 이 규칙들을 조율하는 것이 결혼 생활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아내가 살아온 길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젊어서는 아내와 불화가 많았다. 젊을 때의 아내는 자주 놀랬다.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매사에 반대했다. 때문에 나는 아내에게 화를 냈고 내가 화를 내면 아내도 화를 냈다. 그러면 언성이 높아지고 싸움이 되었다. 나는 어떤 문제를 꺼내면 아내가 모성애로 나를 공감해주고 힘이 되어주길 바랬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아내에게 기대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내에게 모성애는 바랄 수 없었고 매사에 반대를 하고 작은 일에도 깜짝깜짝 놀랬다. 서로 불안한 정서를 갖고 자란 사람이 만난 것이다. 불안한 감정이 모이니 더 불안했던 것이다. 

 나는 초등학생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내는 중학생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실 때 사업도 안 되어 속상해서 술을 많이 마셨던 것 같다. 아내의 가족은 3남매다. 처남도 알코올리즘으로 밤마다 전화해서 아내가 힘들어했다. 그러니 아내는 정서가 불안했을 것이고, 정서불안은 심리적 불안을 가져왔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사실은 내가 심리 상담을 공부하면서 보는 눈이 생겼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

 그동안 정서불안의 여자와 불안장애가 있는 남자가 서로가 서로를 지지고 볶고 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참고 함께 살아준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하버드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향적 연구를 하여 《행복의 조건》이란 저서를 남긴 하버드대학교의 조지 베일런트(George E. Vaillant)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나쁜 부부라도 감정이 사그라질 때까지 기꺼이 기다릴 수만 있다면 반드시 행복한 결혼 생활이 찾아올 것이다.”     


 2014년 10월 14일에 《행복의 조건》에 나오는 이 문장을 읽고, 내가 쓴 독서일기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어떻게 기다리느냐가 관점이다. 반성하면서 기다리기도 하고 성찰하면서 기다리기도 하자.’라고 썼었다. 하지만 반성(反省)이 모자라는 반성(半省)한 것 같다, 성찰(省察)보다는 성찰(性察)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는 뭐니 뭐니 해도 부부가 아닐까. 그 친구와 아옹다옹하며 부부의 하루하루가 저문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때 그 선생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