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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Jan 18. 2021

마음 가드닝


 전원주택에서 30여 년을 살았다. 처음에는 조립식으로 간단하게 지었다. 그러나 나중에 벽돌집을 지웠다. 그래서 집이 두 채이다. 한 채가 비어 있어서 세를 주고 싶었다. 신문에 광고를 냈다. 전화가 많이 왔다. 전화 올 때마다 집을 보여주고 설명을 하는 것은 집주인으로 할 일이다. 그런데 세들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전에 한번 세를 잘못 들여서 고생한 적이 있다. 집세를 안 내고 눌러앉아서 여간 힘들 게 아니었다. 게다가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나갔다. 집세로 못 받고, 집수리도 해야 했다.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집에 창고도 있는데 창고를 세놓으려고 <벼룩시장>에 광고를 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창고를 보러왔다. 창고에서 가내 수공업을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세를 놓았다. 처음에는 월세를 못 내서 월세를 깎아드렸다. 그렇게 11년을 사셨다. 사시는 동안 한 번도 월세를 올리지 않았다. 두 노인네가 가내 수공업을 하여 먹고 사시는 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린다고 생각했다. 

 내가 서울 딸 집에 살 때이다. 동네 사람들이 전화했다. 할머니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할머니가 돈 8천만 원을 모두 싸 가지고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한다. 내용인즉슨, 사업자등록을 할머니 앞으로 해 놓았고 통장도 할머니 이름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할머니가 본부인이 아니라고 할아버지가 말했다는 것이다. 여지까지 할아버지가 그런 말을 안 해서 몰랐다. 할아버지가 83세인데 40년 동안 이 할머니와 살았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없으니까 매일 소주만 마신다. 하던 일도 하지 못한다. 

 나중에 할아버지의 자손들이 왔다. 본부인은 안 보겠다고 해서 요양원으로 모셔갔다. 문제는 계약서를 할머니 이름으로 썼기 때문에 자손들은 월세를 정리해드릴 수가 없다고 한다. 결국, 법무사를 통해 해결했다.    

 

 이제는 세를 들일 때 면접을 보듯 사람을 잘 봐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꼼꼼히 사람을 보았다. 이 사람은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집을 보더니 그 자리에서 가 계약금을 준다. 가 계약을 하고 며칠 후에 오겠다고 한다. 약속한 날짜에 오더니 집 두 채를 모두 달라고 한다. 한 채는 우리가 살아야 한다고 했더니, 

“주인이 옆에서 살면 저희가 불편해서 못 살아요.“     

“이 집을 세주면 나도 세를 살아야 하는데 2년 후에 나간다고 하면 어떻게요?”

“5년을 계약할게요.”

그래서 전원주택을 세주고 아파트 살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도 가끔 전원주택에 가본다.

  며칠 전에 가보니 향나무를 전원주택 앞에 심어놓은 1미터 정도의 향나무를 가지를 쳐놓았다. 멀리서 보기에 성의 없이 자른 것 같았다. 경험이 없는 사람이 했으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자른 가지를 나뭇잎에 올려놓았다. 향나무, 소나무는 속에 있는 가지를 잘라야 한다. 겹치는 가지도 잘라야 한다. 그리고 햇빛이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자른 가지를 나무 위에 올려놓으니까 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위에 올려 있는 가지를 치우고 죽은 가지를 잘랐다. 가지가 몇 가닥밖에 살지 못했다. ‘남에게 집을 주면 내 집처럼 가꾸는 사람이 없구나!’하고 생각했다.        


  전원주택은 부지런해야 한다. 잔디를 깎아야 줘야 하고, 나무도 손질해줘야 한다. 몇 년에 한 번은 페인트칠해야 한다. 마당도 넓고, 집이 크기 때문에 청소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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