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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May 08. 2021

사람과 사물과 사회의 본성 읽기

사람과 사물과 사회의 본성 읽기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씀, 우석균 옮김, 민음사, 2004)           

  

파블로 네루다는 칠레의 시인이자 정치인이다. 그는 정치적인 탄압으로 ‘이슬라 네그라’라는 섬으로 이주한다. 여기는 외진 섬이다. 

  동네에는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마리오 히메네스’는 어부의 아들이다. 마리오는 전날 꿈에 여배우가 나타났다고 침대에서 게으름을 피운다. 아버지에겐 감기에 걸렸다고 말한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이 새로운 직업을 갖게 한다. 동네 우체국장 코스메가 우편배달부를 구하는데 마리오가 글을 읽을 줄 알기 때문에 뽑힌다. 편지를 배달하는 곳은 파블로 네루다의 집이다.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를 읽고 메타포 metaphor를 알게 된다. 마리오는 처음에는 메타포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오는 마을의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처녀 베아트리스를 만나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다가갈까? ’고심(苦心)했다.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그녀에게 보내줄 시를 써달라고 말한다. 네루다는 시는 그렇게 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메타포를 가르쳐 준다. 메타포는 은유(隱喩)라고 하는데, 문학에서 비유적인 표현방법의 하나이다.  

   

당신의 미소가 얼굴에서 

나비처럼 펼쳐집니다.

당신의 미소는 장미요.

땅에서 움튼 새싹이요.

솟아오르는 물줄기요.

부서지는 

은빛 파도입니다. 《네푸다의 우편배달부》를 영화한 <일 포스티노> 중에서  

        

   <일 포스티노>를 DVD로 보았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에서 제작했다. 영화는 소설의 앞부분에 중점을 두었다. 배경을 칠레가 아니라 이탈리아로 했다. 네루다는 망령지로 이곳을 택했다. 이곳에서 마리오와는 절친이 되었다.     

 이 소설의 문장들은 메타포(은유 隱喩)의 페스티벌이다. 사물에 대한 메타포는 놀랍다.     

 “양파(‘동그란 물장미’), 알카포파(‘전사의 옷차림에 석류처럼 윤기가 흐르는 엉겅퀴’), 붕장어(‘백설 같은 살결의 거대한 장어’), 마늘(‘아름다운 상아’), 토마토(‘붉은 창자, 상쾌한 태양’), 식용유(‘메추리의 발판이며 마요네즈의 천상의 열쇠’), 감자(‘한밤의 밀가루’), 참치(‘깊은 바다속의 탄알’, ‘상복을 입은 화살’), 자두(‘조그만 황금색 호박잔’), 사과(‘오로라에 물들어 활짝 피어오른 순수한 뺨’), 소금(‘바다의 수정, 파도의 망각’), 그리고 미니마스 그룹의 「해변의 소녀」와 함께 그 여름의 히트 상품이 될 아이스크림 ‘치리모야 알레그레’를 담을 오렌지 껍질 등등이었다.” p.98.    

 

 은유는 숨겨서 비유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 표현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표현한다는 뜻이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은유를 이렇게 말한다.    

 

  “은유는 정서를 만든다. 은유의 생산과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힘은, 유추를 위한 기초체력 양성 외에도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정서이다. 정서는 ‘결정’하는 힘을 만들어준다. 정서는 ‘결정’이란 행동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에 작용한다.”      


  정신의학과 의사 윤대현도 비슷한 말을 한다. 


  “사람의 마음은 논리보다 은유에 움직입니다. 은유에 친숙해지면 내 마음을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성경에서도 은유를 많이 볼 수 있다. 예수는 은유의 힘을 알고 있었다

.       

  네루다는 정치적으로 혼돈에 있는 칠레에 대해 은유적으로 자기 생각을 말하고 사람과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싶었던 게다. 메타포로 프로포즈를 하고, 결혼을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일게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교수인 제러미 레프킨이 쓴 《공감의 시대》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는 은유를 통해 사람과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보았다. 
 

 “은유를 통해 우리는 현실을 상상하고 만들어 간다. 은유는 몸의 경험을 풍부하게 해준다. 은유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써먹을 수 있고, 그래서 우리와 하나가 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준다. 그 경험 역시 모든 인간에게 한결같이 공통적인 몸의 공간적, 시간적 방향감각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소설가 이외수는 ’직유법은 속성찾기에 근거를 두고, 은유법은 본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사물의 본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은유적인 표현이 나올 수 없다는 말이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의 저자 스카르메타는 사물의 본성에 대해 깊이 관찰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사람들에게 낭만을 주고, 사회에는 변화를 주고자 했다. 

          

내가 그 나이였을 때

시가 날 찾아왔다

난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그것이 겨울에서 왔는지

강에서 왔는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나는 모른다.

그건 누가 말해준 것도 아니고

책으로 읽은 것도 아니고

침묵도 아니다.

그가 헤매고 다니던

길거리에서

밤의 한 자락에서

뜻하지 않은 타인에게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고독한 귀로 길에서

그곳에서 내 마음이 움직였다. - 바블로 네루다. (영화<일 포스티노>의 앤딩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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