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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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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Sep 16. 2022

노인 골목, 젊은이 골목

새로운 경험

22. 9. 15. 목

아들이 보내준 수면유도제가 나에겐 맞지 않는다.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했다. 지난번 대학원 동기 모임에서 학우가 잠을 잘못 잔다고 한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카톡을 보냈다. 학우는 반가워한다. 주소를 보내왔다. 우체국에서 등기우편으로 보냈다. 

 문예 창작반 원로 시인 김종상 선생님이 강의 중에 부인이 치매로 침대에 누워있는데, 케어하다 보니 잠을 잘못 잔다고 하신다. 강의가 끝나고 선생님께 가서 말했다.

“미국에서 아들이 보내준 수면유도제가 있는데 드릴까요?” 

하고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씀을 드렸다. 가지고 오라고 하신다. 말씀을 마치고 나오려는 데 총무님이 따라 나온다. 

“저도 잠을 잘못 자는데요.”

귓속말했는데 들은 모양이다.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돈을 드릴게요”

“돈은 안 주셔도 돼요” 

 평소에는 수업을 마치고 수강생들이 같이 점심을 했다. 오늘을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강의가 있어서 먼저 나왔다. 점심은 간단히 빵으로 대신했다. 


노인복지센터에서 단편영화에 대한 강의가 있다. 나는 배우는 게 좋다. 노인복지센터는 강의료도 저렴하고 유익한 내용이 많다. 강의가 끝나고 안국동에서 낙원동으로 걸었다. 낙원동에는 노인들이 즐길만한 게 많다. 국밥이 2500원이고 해장국이 3000원, 북엇국이 3000원이다. 통닭 한 마리가 5000원이다. 탑골공원으로 가니 노인들이 장기를 두는 골목이 나온다. 근처는 노인들이 이용하는 선술집이 많이 보인다. 

그곳을 지나 지하철을 타려고 하다가 맞은 골목에 화려한 불빛이 보인다. 호기심이 났다. 골목으로 들어가니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게 많다. 카페도 술집도 옷가게도 있다. 셀프 사진관도 있다. 지하철에서 보는 싸구려가 아니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되어 있다. 노가리 집도 인테리어가 세련되었다. 가격표를 보니 노인 골목에서 보았던 가격보다 아주 비싸다. 골목이 어디까지 있는지 방향도 없이 걸었다. 마지막에는 가게들이 뜸하다. 골목을 빠져나오니 비원으로 가는 큰길로 나왔다. 한참을 걸었다.

 잠 못 자는 사람에게 수면제를 보내주고, 약속도 하고, 노인들이 이용하는 골목과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골목을 다녔다. 남에겐 도움과 도움의 약속을 하고, 나에는 노인 골목과 젊은이의 골목 경험을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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