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수면장애 — 영양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질 때
밤이 깊었는데도 눈이 쉽게 감기지 않는다. 겨우 잠이 들어도 새벽녘이면 깨어나 뒤척이다가 아침을 맞는다. 잠은 몸의 휴식이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는 **마음과 뇌의 회복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이 무너지면, 사람은 깨어 있으나 쉬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수면장애란 무엇인가?
심리학자 권석만(2013)은 《현대이상심리학》에서 수면장애를 이렇게 정의한다.
“수면의 양, 질, 적절성 등에 문제가 있어 잠을 시작하거나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과도한 수면을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는 이를 수면곤란증과 수면이상증으로 나누었다.
수면곤란증에는 불면증, 과다수면증, 수면발작증, 호흡관련 수면장애,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가 있고, 수면이상증에는 악몽장애, 수면경악장애, 수면보행장애(몽유병) 등이 속한다.
이처럼 수면장애는 단순히 “잠이 안 오는 문제”가 아니라, 몸과 뇌, 마음의 리듬이 어긋난 상태를 말한다.
영양결핍과 수면의 관계
의사 마크 하이먼(Mark Hyman, 2023)은 『ADHD·우울증·치매 이렇게 고쳐라』에서
영양부족이 뇌의 기능을 무너뜨리고, 그 결과 수면과 감정조절이 함께 흔들린다고 말한다.
그는 한 아이 ‘클레이튼’의 사례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클레이튼은 인스턴트식품과 정제당, 트랜스지방이 가득한 음식을 주로 먹었고, 그 결과 오메가-3 지방, 트립토판, 비타민 B군, 마그네슘, 아연 등이 극도로 부족했다.
혈액검사 결과는 단순한 영양결핍을 넘어, 뇌의 신경전달물질 생성이 방해받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트립토판은 뇌 속에서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과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을 만드는 재료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비타민 B6가 꼭 필요하다. 결국 비타민 B6가 부족하면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이 충분히 생성되지 못해 기분이 불안정해지고, 잠이 깊지 않으며, 집중력마저 떨어진다.” (요약)
즉, 영양부족 → 세로토닌·멜라토닌 저하 → 감정 불안 + 수면장애라는 생화학적 연결이 존재한다. 이는 단지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연령층—특히 노년층—에게도 중요한 사실이다.
노년기의 수면장애
나이가 들면 생리적으로 깊은 잠(비REM 수면)이 줄고, 자주 깨거나 새벽에 일찍 눈이 떠지는 일이 많아진다. 거기에 외로움, 만성통증, 약물 복용, 영양불균형이 겹치면 잠은 더욱 얕아지고 피로는 쉽게 누적된다.
노년기의 수면장애는 단순히 노화의 결과가 아니라, 몸의 회복력과 뇌의 화학적 균형이 깨졌다는 신호다. 따라서 단순히 수면제를 복용하기보다, 오메가-3, 마그네슘, 비타민 B6와 같은 신경 안정 영양소를 보충하고, 일정한 수면 리듬을 유지하며, 낮 동안 햇볕을 충분히 쬐고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은 하루를 마감하는 행위가 아니라, 삶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그 질은 단순히 ‘얼마나 잤는가’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얼마나 안정되었는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수면장애를 다스린다는 것은 단순히 잠을 재우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생리적 균형을 회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