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밝아진 하루
2.9. 월.
오래 함께 써온 스탠드 하나가 오늘 나를 밖으로 불러냈다.
“사장님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납땜할 게 있어서요.”
짧은 말 한마디에 하루의 방향이 정해졌다.
컴퓨터 가게 사장님은 외출 중이었고, 3시 30분에 오라고 하신다.
점심을 먹고 동네도서관으로 걸어갔다.
반납함에 책을 넣으며, 읽어온 시간도 함께 내려놓았다.
새로 빌린 책 두 권이 손에 얹혔다.
《어른의 일기》는 하루를 붙잡는 법을 말해주고,
《심리학으로 읽는 손자병법》은 오래된 지혜를 다른 눈으로 보게 한다.
책 제목만으로도 나의 마음을 이끌었다.
오후의 컴퓨터 가게에는 오래 써온 스탠드가 함께 들어갔다.
전깃줄은 반쯤 끊어져 있었고, 나의 마음은 ‘버리긴 아깝다’라는 쪽에 기울어 있었다.
사장님은 조심스럽게 분해하며 말했다.
“이건 간단한 일이 아닌데요.”
말 속에는 귀찮음보다 성실함이 배어 있었다.
끊어진 전깃줄은 가장 아픈 자리에서 끊어져 있었다. 본체와 맞닿은 곳, 가장 힘을 많이 받아온 자리. 오래 쓰였다는 말이 왠지 사람 이야기처럼 들렸다.
시간이 꽤 흘러 수리가 끝났다.
“5천 원 주세요.”
나는 그 말이 고마워 만 원을 건넸다. 노동의 값보다 마음의 값을 더 드리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수리한 스탠드와 또 한 개, 그렇게 두 개를 켰다.
하나는 전등색, 하나는 형광색. 빛의 온도가 달라도 책 위에 내려앉는 밝음은 하나였다.
오늘은 고쳐 쓰는 하루였다. 사람의 손이 남아 있는 물건, 정성으로 이어진 전깃줄, 읽을 책이 기다리는 저녁.
이 평범한 하루가 조용히 다시 켜졌다. 그것으로 충분히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