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줄

수필이라는 이름의 좋은 벗

《책탐》(넘쳐도 되는 욕심)

by 마음 자서전

수필이라는 이름의 좋은 벗


《친구》 지핑와, 김윤진 옮김, 이레, 2008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511》라로슈푸코, 김주현 옮김, 나무생각, 2003

지팡와의 글에서 친구는 꼭 사람만은 아니다. 오지물병 하나에도 사귐이 있고, 악기 하나에도 우정을 만들어낸다. 굳이 친구가 사람이어야 할 까닭은 없다. 그러나 그것들에서도 우정을 길어내고 삶을 느끼려면 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저 붓 가는 데로 쓰는 글이 수필의 정의가 아니다. 그것은 한자 ‘쫓을 수‘ ’붓 필’의 훈을 풀이한 말에 불과하다. 혹은 중국 남송때 홍매(洪邁)가 쓴 용재수필(容齋隨筆) 서문에서 뜻하는 바를 따라 앞뒤를 가리지 않고 써두었으므로 수필이라고 한다‘라는 말에서 따왔다고도 한다.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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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전정한 가치와 힘은 진정성이다. 소설처럼 허구적으로 지어낸 이야기나 시처럼 축약해서 결정하는 언어의 조탁이 아니라, 삶에서 곰삭혀 제 삶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은 막사발, 도는 질그릇과도 같다. 그게 바로 진정성의 의미다. 오히려 “수필은 한 자유로운 마음의 산책, 즉 불규칙하고 소화되지 않는 작품이며, 규칙적이고 질서 잡힌 작문이 아니다“라는 S.존슨의 정의가 거기에 가깝지 않을까? 마음의 산책, 그게 바로 수필이 주는 매력이다. 그래서 좋은 수필은 우리의 삶을 향기롭고 너그럽게 한다. 또한 좋은 수필은 중국의 시인 겸 수필가 쟈오리홍조(趙麗安)의 말처럼 정(精), 지(知), 문(文)을 갖춰야 한다. 즉, 작가의 진정 어린 태도(精)와 사물에 대한 작가 고유의 인식과 견해(知) 그리고 작가만의 개성 있는 표현방식인 문체(文)가 갖춰져야 한다. (중략)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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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수필은 마치 좋은 친구처럼 가까이 두고 마음이 움직일 때마다 꺼내어 읽으면서 삶의 향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더라도, 그냥 불쑥 아무 장이나 펼쳐 읽어도 너그러운 반성과 살가운 희망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이 아름답지 않아도, 지식이 넘치지 않아도, 정서가 풍요롭지 않아도, 거기에는 사람의 향기가 있고 샘물같이 솟아나는 삶의 전정성이 감춰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수필처럼 내가 살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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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탐》(넘쳐도 되는 욕심, 김경집, 나무[수], 2010, 20170411)

서평을 모아 책으로 냈지만 주제별로 묶었다. 시에서 그림, 음악, 경제, 과학 분야 등 다양하다. 폭넓게 독서를 하는 사람이다. 가장 모범적인 서평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책을 읽고 이런 서평을 남긴다면 독서를 깊이 읽어야 한다. 독서와 글쓰기가 동시에 이루어져서 읽는 것이 창작의 밑거름이 된다. 서평을 써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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