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명시>
노점의 빈 의자를 그냥
시라고 하면 안되나
노점을 지키는 저 여자를
버스를 타려고 뛰는 저 남자의
엉덩이를 시라고 하면 안되나
나는 내가 무거워 시가 무거워
배운 작시법을 버리고
버스 정류장에서 견딘다
경찰의 불심검문에 내미는
내 주민등록증을 시라고 하면 안되나
주민등록번호를 시라고 하면 안되나
안된다면 안되는 모두를 시라고 하면 안되나
배반을 모르는 시가 있다면 말해보라
의미하는 모든 것은 배반을 안다
시대의 시가 배반을 알 때까지
쮸쮸바를 빨고 있는 저 여자의 입술을
시라고 하면 안되나 / 버스 정류장에서
작품해설
세상의 모든 사물을 시로 보는 시각이다.
어떤 모습도, 생각도, 심지어 주민등록번호까지도 시로 볼 수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생전에 <현대 시작법>을 펴내고 후학 양성에 힘썼던 작가이다.
수많은 시의 소재가 있지만 찾지못하거나 못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