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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 한 줄

인생을 돌아보는 삶

《하늘잠자리》

by 마음 자서전

《하늘잠자리》(손광성 수필집, 을유문화사, 2011,20171108)


이런 문장은 시(詩)와 같이 아름답다.

아내는 몇 장의 낡은 지폐로 살아 있는 바다를 사서 담는다. 84


저자는 한옥에 산다. 비가 새서 기왓장을 교체하려 지붕엘 올라간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세상의 이치와 비교하는 작가적 혜안이 뛰어나다.


지붕 위에서의 고자세는 금물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최초로 무릎을 깨고 콧등에 상처를 입었던 것은 겸손하게 네 발로 기어 다니던 시절이 아니라 두 발로 걸어 보겠다고 욕심을 부리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상기해 둘 필요가 있다. 118

# 배울수록, 가질수록, 올라갈수록 낮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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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을 치면 대들보가 울리는 법,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하찮은 기왓장 하나도 홀로 독립된 하나가 아니라 서로 맞물려있는, 구조 속의 하나라는 사실을 명심해 두는 것이 좋다. 108

# 세상은 모두 맞물려 돌아간다. 어느 하나가 약하여 무너지면 다른 것도 약하여 무너진다.


무릎에 지나친 힘이 쏠리는 것을 삼가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모르는 사이에 무릎 밑에서 상한 기왓장이 비명을 지를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일에 열중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방향에서 낭패를 보는 것이 우리네 세상살이가 아닌가.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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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를 고친 날 저녁은 등이 따스워 좋고, 막혔던 하수구를 뚫은 날은 묵은 체증이라도 내려간 듯 속이 후련해서 좋다. 지붕을 고친 날은 상쾌하다. 이런 날 밤은 홈통에 듣는 빗방울소리초자 오붓하게 들리는 것이다. 112

# 어떤 일을 마치고 난 다음에 오는 희열을 느끼는 사람은 그 느낌을 위해 일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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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젊어진다면 인생을 조심하여 살라고 말한다.

“선생님 앞에 ‘젊음의 샘’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때마다 나는 같은 대답을 한다.

“나는 아주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나 자신에게 주의시킬 것이다. 너무 많이 마신 나머지 어린애가 되어서 내 손자와 함께 기저귀를 차는 그런 불상사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물로 돌아가 젊은 날의 고뇌와 방황을 다시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 더도 덜도 말고 서른 살이 될 만큼만, 포도주잔을 기울이듯이 아주 조금씩 그렇게 마실 것이다.” 131

# ‘만큼만‘ 가난하지 않을 만큼만, 부족하지 않을 만큼만, 욕심 부리지 않을 만큼만,



“요즘 흔치 않은 정통 수필이다. ”피천득이 “한 편 한 편이 모두 시”라고 했을 정도로 문장이 아름답다. “수필은 말맛으로 쓰고 말맛으로 읽는다”고 하여 문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수필의 형상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독, 현대인의 아픔과 고달픔을 치유하고 위안하는 작품이다.

저자의 사물을 보는 눈은 표면을 보는 게 아니라 내면을 보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썼다고 한다.

<샘터>, <조선일보>등에도 글을 연재했다. 동양화가로도 활동한다. 책에 실린 그림은 작가가 직접 그렸다.

독서 중간 중간에 그림을 보는 재미는 계단을 오르다 쉬는 계단참 느낌이고, 등산하다 시원한 바람을 쏘이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글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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