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3대 단편작가 걸작선》
《세계3대 단편작가 걸작선》 (모파상, 체호프, 오 헨리, 황서연 옮김, 지식의 샘, 2005, 20180208)
체호프의 문학생활에 큰 전기가 된 것은 의대를 졸업하던 해에 받은, 존경하는 선배 문인 D.V. 그로고로비치의 “재능을 낭비하지 말라”는 충고의 편지 때문이다.
그 편지에 감동한 체호프는 돈을 벌기 위한 문학이 아닌 “진정한 예술가라면 화학자처럼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올바른 문제의 제기이다.“ -체호프
<비계 덩어리>
1860년 《메당 야화》에 발표된 이 작품은 인간의 추악한 이기주의를 그린 것으로 모파상의 실질적인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프로이센군에 점령된 루앙에서 디에프로 가는 역마차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것이다. 몸이 너무 뚱뚱해서 ‘비곗덩어리’라는 별명이 붙은 창녀가 합승객들이 위험에 빠지자 합승객들은 그에게 희생을 강요한다. 비록 창녀이지만 그는 하기 싫었다. 하지만 귀족이란 이름의 귀부인들은 집요하게 그의 희생을 요구했으며, 심지어 수녀들까지 귀족의 편에 섰다. 결국 창녀는 프로이센 장교에게 몸을 맡기는데, 일이 끝난 후에 합승격은 절박한 고비에서 구조를 받은 은혜도 잊고서 그녀를 경멸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는 당시 실존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이 작품 속에 그려진 이기적인 부르주아(시민계급)의 모습이나 표정에, 스승인 플로베르는 크게 감복하여 ‘이것이야 말로 진짜 걸작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자를 꾀다가 실패한 한 나그네가 홧김에 부르는 ‘라 마르세여즈’ 노랫소리 사이에 여자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새어나오는 결말도 단편작품의 마무리로서는 매우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태도에는 무언가 꺼림칙한 게 있었다. 미묘하고 알 수 없는 어떤 것, 견딜 수 없는 야릇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침략자의 냄새가 떠돌았다.
그 냄새는 집 안이나 공공장소에 가득 찼으며, 음식 맛을 변하게 했고, 아주 먼 곳에 있는 위험스러운 야만족들이 사는 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정복자들은 돈을, 그것도 아주 많은 돈을 요구했다. 19
하나님을 찬양하는 신도의 소리를 듣고 있는 사제와도 같았다. 수염을 기른 민주주의자들은 법의를 걸친 자들이 종교를 독점하듯이 애국심을 독점판매하고 있었던 것이다.36
이 부분이 이 소설에서 가장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귀족과 수녀들까지 그에게 매춘을 강요한다.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강요한다. 심지어 하나님까지 끌어들인다. 인간의 내면을 잘 읽었다고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르와조의 아내가 “어느 사내하고나 그 짓을 하는 것이 매춘부의 일인데, 이 남자는 좋고 저 남자는 싫다는 등 타박 놓을 권리가 어디 있어요?”하고 했던 노골적이 표현이 모두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귀여운 카레 라마동 부인은 자기가 비계 덩어리였더라면 다른 남자들 보다는 오히려 이 프러시아 장교를 택했으리라는 생각까지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포위되어 있는 요새를 공략할 것 같이 오랫동안 전략을 준비했다. 각자가 맡은 역할, 뒷받침할 논리, 실행해야 할 술책 등에 합의를 보았다. 이 살아있는 요새가 그 품안에 적을 받아들일지 않을 수 없게 하기 위해서 사용할 작전 계획, 전략, 기습을 결정했다. 60
백작 부인은 수녀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수녀님은 동기만 순수하다면 하나님이 온갖 수단과 그 행위를 용납해주신다고 생각하시나요?”
“누가 그것을 의심할 수 있을까요. 부인! 그 자체는 비난받을 행위일지라도 그 행위의 명분이 된 사상에 의해서 그것은 찬양받을 만한 일이 되는 법입니다.”
그녀들은 이처럼 신의 뜻을 간파하고 신의 판결을 예측하며, 사실상으로는 신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을 신과 결부시키면서 열변을 토했다.
이 모든 것은 교묘하고 신중했으며 은밀했다.
수녀모를 쓰고 있는 한 여성의 한 마디가 창녀의 분연한 저항에 조금씩 구멍을 뚫고 있었다. 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