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의 직업윤리》
노동은 ‘대상을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정립(定立)하는 인간 고유의 합목적적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
우리는 노동을 통하여 우리 자신을 만들어나간다. 노동을 통하여 신체가 변하게 된다. 어떤 일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그 일에 맞는 육체적 변화를 겪는 것이다. (---)
능력도 변하게 된다. 어떤 일을 반복함으로써 능숙해지고, 그 일과 관련된 능력이 향상된다. 이것은 지속적 노동이 한 개인의 능력 향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노동은 정서를 변화시킨다. 노동이란 기계적 반복이 아니라 생각하고 감정을 가진 인간의 주체적 활동이다. 폭력을 쓰면 쓸수록 폭력적 정서를, 도둑질을 하면 할수록 도둑의 마음을 갖게 된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는 것처럼‘
이처럼 노동 과정을 통해 우리의 신체, 능력, 정서가 변한다면, 이는 곧 인간 자신이 스스로를 만드는 과정이 곧 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73-4
첫째, 노동은 개인의 생계수단이다. 인간은 처음부터 자연에서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대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것을 가공함으로써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따라서 인간은 원시사회부터 지금까지 노동을 함으로써 생존의 욕망을 충족시켜 나갈 수 있었다.
둘째, 노동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한 이후로 인간의 손은 가장 원초적 노동 수단이었다. 손 근육의 발달은 정교하고 악력을 필요로 하는 노동을 가능케 했다. 손을 사용함으로서 인간의 두뇌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노동수행과정에서 또 하나의 특기할 요소는 노동수단의 발전이다. 인간은 예전과 똑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노동을 하지 않는다.
셋째, 노동은 자아실현의 통로이자 원천이다. 자아실현은 일반적으로 개인들이 원하는 미래의 자기 모습이자,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총체이다. 아울러 자기의 가능성을 확대하고 실현해가는 과정이다.
노동은 우리 자신을 정립해가는 합목적 활동이라면,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만들고, 잠재적 가능성을 실현시키기 위해 우리는 노동의 과정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넷째, 노동은 사회적 의식 형성에 기여한다. 사람은 수동적으로만 경험하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활동이 개입된 능동적 경험을 통해 세상에 대해 그리고 세상과 자신의 견해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켜 간다. 분업의 질서가 강화되면 될수록 나와 타인, 나와 세게의 긴밀성에 대한 인식이 심화되고, 그에 기초한 태도가 형성된다. 이는 사회를 보는 눈으로, 타인과 나의 관계를 보는 눈이다.
직업을 갖고 노동을 행하지 않는다면 능동적으로 경험할 수 없다. 자신의 행위가 타인과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평가를 받을 때, 우리는 체험적 지식과 태도를 갖게 된다.
다섯째, 노동은 사회 질서 유지에 기여한다. 우리가 사회를 주체적으로 바라본다면, 사회는 분명 우리 행위의 산물로서 나타난다.
우리는 특정 사회 질서에 규정받으면서 직업을 갖고 노동을 수행하고, 그러한 직업이나 노동을 통해 그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재생산한다. 직업은 재화의 생산 및 유통 그리고 분배와 직결된다. 75-7
직업 선택
1) 적성
적성은 현실적으로 어떤 일이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능력 또는 소질로 규정할 수 있다. 흔히 잘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을 적성이라 생각한다. 적성은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으므로, 전자가 더욱 현실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잘하는 사람은 타인이나 사회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그것을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좋아하더라도 잘하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타인은 나의 거울‘이란 말이 있듯이 타인의 평가는 자기가 자신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2) 능력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 또는 소질이다. 적성에 맞지 않아도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3) 욕망, 흥미, 관심
흥미 혹은 관심은 어떤 일을 지속하거나 직업 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거나 좋아하게 되면 열정적으로 일을 수행하게 된다.
존 듀이John Dewey는 흥미는 능동성 및 추진성가 본질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흥미나 관심은 지적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비마스Habermas 역시 이 측면을 중시했다. 그에 따르면 흥미나 관심은 우리의 인식이나 지적 형성 방향을 결정한다. 돈벌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돈벌이 정보를 스스로 찾아 학습하게 된다거나, 돈벌이의 관점에서 세상과 타인 그리고 사물을 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4) 가치관
자연, 사회, 사람, 사물 등 모든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개인의 태도나 관점을 의미한다. 가치관은 위계질서로 이루어진 하나의 체계이며, 개인들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다. 서로 다른 가치관 때문에 나에게 가치 있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가치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가치관은 갈등상황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인간은 가치 지향적 존재이다. 동물과 달리 가치 평가를 할 수 있다.
가치는 도덕적 가치와 비도덕적 가치로 나눌 수 있다. 도덕적 가치는 공공체 지향적이거나 이타적이다. 비도덕적 가치는 개인적 선호와 관련되어 있다.
5) 경제적 상태
경제적 상태는 직업 선택의 폭에 큰 영향을 준다. 경제적 상태가 어려우면 직업 선택의 주관적 요소를 고려할 여유가 없으며, 객관적 요소 중에서도 급여 혹은 소득을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반면 경제적 상태가 좋으면 직업 선택의 폭과 범위가 커질 수 있다.
진정한 적성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적성을 가능성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려는 의식적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며 다양한 직간접 경험을 거쳐야 한다. 적성검사, 책 속의 지식, 충고와 조언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직접 경험을 통해 체험적으로 자신의 적성을 파악해나가야 한다. 적성을 파악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고 영향력 있는 방법이 일 혹은 직업이다. 일을 통해서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전개하고 실현한다. 일을 통해 자신의 숨겨진 잠재능력을 발견할 수 있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오히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역설에 빠진다.
《민주사회의 직업윤리》 (백충용, 동양문고, 2006, 20180406)
대학교 교재로 쓰인 책이다. 직업윤리라는 강의준비를 위해 읽었다. 직업의 역사부터 직업의 현재까지를 알 수 있었다. 흔히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을 갖지만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키울 수 있고, 잠재력을 발견할 수도 있는 것이 직업이다. 직원 상호간에도 인간관계에 대하여 서로를 알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인간관계를 발전하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