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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Oct 22. 2018

나라 잃은 사람들의 망향가

(김영하 장편소설, 문학동네, 2004)

나라 잃은 사람들의 망향가

(김영하 장편소설, 문학동네, 2004)

소설가 김영하가 《검은 꽃》을 쓰게 된 계기는 자신이 소설가로 계속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라고 <알쓸신잡>에서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검은 꽃》이 호평을 받지 못하면 소설가를 접으려고 했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멕시코를 3~4개월 동안 머물면서 조사를 했다.  

 등장인물들은 대한제국이 무너지고 난 후에 이민 브러커 로커 존 G. 마이어스에 의해 멕시코로 팔려간다. 이들은 쓰러져가는 대한제국보다, 마이어스에게 희망을 가졌다. 이들에게 통역해준 권용준, 의사로 수의사인 다나베, 젊은 남자인 김이정와 여자인 이연수, 가톨릭신부 박광수, 옹니박이 박수무당, 도둑 최선길, 황족의 육촌인 이종도와 아들 이진우. 공병하사 출신 박정훈 등 1,033명이 배에 탔다.   

 돈을 벌어 돌아오겠다는 꿈을 안고 출발한 배는 멕시코 남부의 실리나크루스에 도착한다. 이들은 다시 배와 기차를 옮겨 타고 유카탄 반도의 메리다에 도착한다. 에네캔을 키우는 큰 농장에서 일하게 된다. 1909년 4년간의 계약이 끝날 때까지 여러 농장에서 일하게 된다. 멕시코에 올 때는 큰돈을 벌어서 돌아가리라고 생각했지만, 일본에 의해 대한제국은 사라지고 말았다.] 소설에는 등장하는 인물을 다양하게 묘사했다. 이질감 있는 인물들이 서로 갈등하면서도 때로 협조하고 가끔은 이용하기도 한다. 

 김이정은 배에서 이연수를 보는 순간 뜨거운 사랑을 불태운다. 멕시코에 도착해서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떨어진다.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후일을 기약한다. 두 연인은 오랜 시일이 지난 뒤에 다시 만나게 되지만 통역자 권용준은 이연수를 좋아한다. 때문에 김이정을 다른 곳으로 보낸다. 통역하는 권용준은 일제 강점기의 앞잡이와 같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런 권용준이 이진우에게 접근한다. 이진우는 이연수의 동생이다. 이진우를 통해 젊은 예쁜 이연수에게 접근하려 한다. 이진우는 권용준에게 스페인어를 배우려 한다. 그래서 다른 농장에서 통역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 이진우를 이용한다. 하지만 이연수는 이진우가 전한 권용준의 사랑의 신호를 거절한다. 농장 일에 힘들어하던 이연수는 권용준에게 자신이 김이정의 아이를 가졌음을 알리고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지 묻는다. 권용준은 이미 마야여인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이연수를 받아준다. 4년간의 노예계약이 풀리고 권용준은 이연수와 조선으로 가는 배를 타려고 한다. 


나라가 사라지면 백성들은 의지할 곳이 없다. 나라가 사자지지 않아도 전쟁 등으로 난민이 생기면 어떤 국가에서 받아주지 않는 난민이 된다. 이들은 지금의 난민과 같았을 것 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연수는 박정훈(공병하사 출신 이발사)와 같이 살면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간다. 하지만 김이정은 멕시코 혁명에 참전하여 신대한(新大韓)을 세우려 한다. 김이정은 정부군의 토벌로 꿈은 좌절되고 죽는다. 

 등장인물이 많고 전개가 빠르다. 때문에 읽기가 쉽지 않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대한 목록을 만들어가면서 읽으면 좋다. 

 눈여겨 볼 점은 고아와 양반의 딸, 남자와 여자, 농장주와 노예, 가톨릭신부와 무당, 양반과 도둑의 대립 구도다. 이는 인간의 모습을 흑백으로 나타내고자 한 작가의 심리가 있다. 천지만물을 만들어내는 상반되는 두 가지 기운, 음양의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가톨릭신부인 박광수의 신앙적 양심으로 괴로워했던 심리적 묘사를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톨릭신부뿐만이 아니라, 도둑 최선길은 ‘반사회성 성격장애’가 있지만, 성격장애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다. 사건의 전개에 중점을 두기보다 인간 내면의 심리를 고민해서 그렸으면 어땠을까?

 

대한제국이 늑사조약으로 나라의 힘을 일본에 빼앗겠다. 이후에 중국, 러시아, 하와이 등으로 떠난 사람들이 생겼다. 멕시코 이민 아닌 이민자들의 고통스러웠던 삶을 알게 되었다. 다른 지역으로 떠난 사람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해방이후에는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브라질 이민을 만들었다. 준비되지 않은 이민은《검은 꽃》만큼 힘들지 않을까? 소설을 통해 나라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18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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