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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Oct 04. 2018

정신머리

정신머리


  나이든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 치매 예방을 위한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책을 소리 내어 읽어라. 둘째, 하루 30분 운동을 하라. 셋째, 음주飮酒와 육식肉食은 절제하라, 등이 그것이다.  

  치매는 알츠하이머가 70퍼센트를 차지한다. 내가 아는 남자는 60대가 되지도 않았는데 치매가 왔다. 일찍 찾아온 치매를 초로기初老期치매라고 부른다.  


  나도 나이가 드니 깜박깜박 잊는 경우가 더러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집으로 왔는데 안경이 보이지 않는다. 여름에는 물병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필통을 도서관에 놓고 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필통에는 국립도서관, 국회도서관 장기열람증 카드가 들어있다. 이 카드로 책을 대출해 가면 낭패스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카드도 카드지만 이 필통은 안사돈이 비단과 같이 부드러운 재질로 직접 만들어서 내게 선물한 것이다. 그래 은근히 걱정이 된다. 

  다음날 도서관 사서에게 “혹시 분실물 중에 필통이 있었나요?” 하고 물었다. 그리고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도서관 분실물들 중에 작은 물건은 서류 파일함을 이용하는 게 상례이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도 보이질 않았다. 큰 물건을 보관하는 곳조차 내 필통이 눈에 띄지 않았다. 분실물보관함이라고 쓰인 파일함을 보니 그곳에 내 필통이 들어 있었다. 나는 필통에게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 서사에게 한 게 아니라, 필통에게 인사를 한 것이다. 

  어제는 도서관에 안경을 두고 그대로 귀가했다. 아침에 도서관에 가서 안경을 못 보았느냐가 물으니, “못 보았는데요.” 했다. 나는 “도서관에 CCTV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걸 보면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사서담당자는 내게 “CCTV는 대출대쪽을 향하고 있고, 열람실 의자에는 없습니다.”라고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게 아닌가. 

  지난해 45만원이란 거금을 주고 맞춘 안경이다. 낙심천만이었다. 안경을 주운 사람이 사용할 수도 없는 게 내 안경이지 않은가. 나의 안경은 다초점 렌즈인 탓에 아무의 눈에나 맞는 게 아니어서다.  

  그런데 아뿔싸, 집에 돌아와 다시 찾아보니 소파 담요 속에 안경이 얌전히 누워 있는 게 아닌가. 이만하면 내 정신머리도 어딘가에 맡겨놓았나 싶다. ‘깜빡홈쇼핑’이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금도 방영하고 있다면 그만 그 깜빡하는 정신을 홈쇼핑에라도 팔아버리고 싶다. “아고, 내 정신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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